메뉴

김지영이 하는 말- 강지현(편집부 차장)

기사입력 : 2019-11-12 20:40:05

지영아. 네가 나온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봤어. 지난 9일, 개봉 18일 만에 300만 관객을 넘어섰더구나. 제작 단계서부터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는데. 근거 없는 악평과 악플, ‘평점 테러’에 심지어 ‘가짜 명대사 조롱’도 받았잖아. 그럼에도 꿋꿋하게 흥행을 이어가다니! 그만큼 영화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겠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은 차별이 담담하게 그려졌을 뿐이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 거니? 특히 네가 엄마와 할머니로 빙의됐을 땐 정말…. 그 장면 떠올리며 몇 마디 해볼까 해.

▼정 서방. 우리 지영이 끔직히 여겨줘 고맙네. 육아휴직 쓰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그렇고. 육아휴직자 5명 중 1명이 남성일 만큼 ‘아빠 육아휴직’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한 손에 카페라테 들고 다른 손으로 유모차 끄는 ‘육아 아빠’를 ‘라떼파파’라 부른다지? 우리나라가 북유럽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네만, 이것만은 잊지 말게나. 아빠는 육아에서 엑스트라가 아닌 공동 주연이라는 사실. 자네는 늘 우리 지영이 편일 거라 믿네.

▼미숙아. 지난 세월, 정말 고생 많았다. 하고 싶은 거 못하고 희생만 하고 살아온 네 삶, 다 안다. 속 깊고 야무진 내 딸, 오빠들 뒷바라지하느라 공부도 못하고…. 이 애미는 그 생각 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너무 가난해서 그랬다. 세월이 모질어 그랬어. 지영이는 네가 씩씩하게 키웠으니 잘 살거야. 그러니 이젠 남 걱정 말고, 너를 위해 살아. 사랑하는 내 딸.

▼아영아. 넌 차별없는 세상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까? 엄만 가끔 무섭고 두려워. 너도 언젠가는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겠지. 그런데 아영아. 지난해 통계청 자료를 보니 기혼 비취업여성의 절반 이상이 ‘경단녀’더구나. 그중 열에 일곱은 30대인데, 직장을 그만둔 이유가 결혼, 임신·출산, 육아더라. 이게 엄마가 사는 세상이야. 하지만 아영이가 살아갈 세상은 분명 다를 거라 믿어. 하고 싶은 일 하며 엄마와 아내로 행복하게 살길. 막 나대면서 말이야.

강지현(편집부 차장)

  • 강지현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