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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자동차 시대- 전찬열(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기사입력 : 2019-11-12 20:40:03

하늘을 나는 인류의 꿈은 밀랍 날개가 태양열에 녹아 추락한 이카루스 신화에서 시작하여 르네상스 시대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행기 설계를 거쳐 마침내 라이트 형제가 엔진을 달고 사람을 태운 상태에서 실제 비행을 성공하였다. 이후 비행기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여 드디어 하늘을 나는 자동차인 플라잉카 시대를 목전에 두게 되었다.

플라잉카는 ‘개인 운송 비행체’로서 개인이 언제든지 쉽게 운전할 수 있고 또 공항 없이 이송수단으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비행기와 다르고, 아무 곳에서나 쉽게 뜬다는 점에서 헬리콥터나 소형 비행기와 다르다. 개인 운송 비행체를 표현하는 용어가 플라잉카 외에도 PAV(Personal Air Vehicle), 에어택시, 드론택시 등이 있지만 통상적으로 플라잉카를 많이 쓰고 있다. 플라잉카는 활주로를 달리다 비행기로 전환하는 형태보다 복잡한 도심 교통난 해소를 위해 활주로가 필요 없는 수직 이착륙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는 ‘2030 미래차 산업전략’을 발표하였는데 2025년에 플라잉카 실용화, 2027년 완전자율주행차, 2030년 전기·수소차 비중 33% 달성이 주요 내용이다. 플라잉카는 실용화를 위한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세계 200여 개 회사가 경쟁을 하고 있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법적 체계와 인프라 정비 등이 필요하다. 하늘에서 사고가 나면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까다로운 인증 절차가 요구된다.

플라잉카는 소음과 공해를 줄이기 위해 전기나 수소엔진을 동력으로 사용할 것이지만 배터리 용량이나 수소 안전성에 기술적 개선이 되어야 하며, 자율주행차와 마찬가지로 사람이 운전하는 플라잉카와 자율주행 플라잉카도 개발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팔 브이의 ‘리버티’와 테라퓨지아의 ‘트랜지션’은 수백 대의 예약을 받았으며, 우버와 에어버스, 보잉, 볼로콥터 등이 플라잉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고, 한국도 현대자동차와 한화시스템 등이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는 항공 모빌리티 사업부를 신설하여 배터리와 모터, 경량소재, 자율주행 등 자동차 핵심 기술을 활용해 플라잉카 시장에 조기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미국 PAV 기업과 손을 잡고 K4 에어로노틱스에 295억원을 투자하고 개발에 참여하였으며, 항공전자와 시스템 통합체제, 보안기술을 강점으로 플라잉카에 도전하고 있다. 또한 비행시간을 늘리기 위해 차체 경량화가 필수인 만큼 탄소섬유를 생산하고 있는 효성과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맵핑용 무인항공기를 개발해 시장에 출시한 샘코도 주목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인 융합이란 측면에서 자동차와 비행기의 융합인 플라잉카는 자동차와 선박의 융합인 위그선보다 실용성이나 비용에서 뛰어날 것이므로 향후 엄청난 잠재력이 기대되는 분야이다. 대학에서도 플라잉카학과의 신설이 필요하고 산업에서도 플라잉카 제조업체와 부품업체 및 정비업체에서도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이다.

플라잉카도 영국에서 자동차가 나왔을 때 마부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적기법(Red Flag Act)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적기법은 1대의 자동차에 운전수·기관원·기수 3명의 운전수가 있어야 하고, 기수는 낮에 붉은 깃발을, 밤에 붉은 등을 들고 55m 앞에서 자동차를 선도해야 하며, 최고 속도는 시내에서 시속 3.2km/h, 시외에서 시속 6.4km/h로 제한한다는 내용으로 영국의 자동차 산업을 후퇴시키고 기술자들이 독일과 미국으로 건너가게 만들었다.

정보통신기술은 세계적으로 앞서고 있지만 개인정보보호와 행정규제 및 기득권층의 이익에 막혀 빅데이터, 원격의료, 공유차량, 생체인식 등에서 선도국에 비해 뒤처져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플라잉카에서는 자동차와 비행기의 경험을 접목하고 규제를 혁파하여 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으로 앞서 나가야 한다. 융합과 속도가 생명인 4차 산업혁명에서 비빔밥과 빨리빨리 문화를 가진 한국이 플라잉카에서 선두로 우뚝 서길 기대해 본다.

전찬열(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