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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09) 제25화 부흥시대 19

“아유, 오늘 잘 놀았다”

기사입력 : 2019-11-14 07:58:32

나무 밑에서 옷을 완전히 말릴 수는 없었다. 그늘인데도 무더위로 숨이 막히고 땀이 흘러내렸다. 이재영은 연심과 함께 걸어서 요정으로 돌아왔다.

“아유, 오늘 잘 놀았다.”

연심이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이재영도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에 대청에 누웠다. 날씨가 덥고 피곤했다.

“서울 언제 올라가요?”

“내일 올라가야지.”

“자주 내려오세요.”

“그래. 연심이 보러 자주 내려올게.”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왜 전쟁을 계속하는 거지?”

이재영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전쟁은 남한과 북한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재영은 낮잠을 잤다.

해질 무렵이 되자 요정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주방에서는 음식을 준비하고 기생들은 화장을 했다. 이재영은 내실에 앉아 신문을 보기도 하고 라디오를 듣기도 했다. 요정은 해가 지자 등불을 내걸고 손님을 맞이했다. 악기 소리가 들리고 기생들의 웃음소리가 낭자했다. 기생들의 노랫소리와 호탕하게 웃는 남자들의 웃음소리도 들렸다.

이재영은 간단한 저녁상을 받았다. 연심이 옆에 앉아서 조기살을 발라주었다. 연심은 손님들을 맞이하느라고 바쁘게 돌아다녔다.

‘7월 보름인가?’

마루에서 뜰로 나서자 달빛이 밝았다.

‘성식이가 군대를 무사히 마쳐야 할 텐데….’

이재영은 둘째 아들 성식을 생각했다. 밤이 되자 날씨는 조금 시원해졌다. 연심은 자정이 지나서야 돌아와 이재영의 품에 안겼다.

이튿날 이재영은 아침을 일찍 먹고 부산으로 향했다. 요정의 직원이 한 사람 따라나섰다.

그는 서울까지 와서 친척을 만나고 돌아갈 예정이었다. 연심이 부산역까지 나와 이재영을 배웅했다.

역에는 부산을 떠나는 사람들과 작별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재영은 기차에 타자 창가에 앉았다.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그러나 많은 피란민들이 서울로 돌아가고 사람들이 배웅을 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군대에 가는 청년을 배웅하는지 여러 청년들이 에워싸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도 보였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1950년 9·28 수복이 되자 명동에서 우연히 만난 작사자 유호와 작곡가 박시춘이 만들었다는 노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