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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학생 문맹 제로? 낙인은 이제 그만- 승해경(경남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기사입력 : 2019-11-17 20:31:23

올 한 해 다문화가족 비하 발언으로 가장 큰 고초를 치른 사람은 익산시장이다. 그는 ‘잡종강세’라는 잘못된 단어 선택으로 전국의 다문화가족에게 공분을 샀고 다문화가족 자녀 중 한 명은 집회에서 ‘저는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저희를 잡종이라고 한 익산시장은 잡종보다 못합니다’라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표현 방식에 따라 당사자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최근 민중당 경남도당에서 박종훈 교육감을 만나 ‘다문화학생 정서, 한글 문맹제로 정책’을 제안했다고 한다. 다문화학생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다문화가족과 자녀들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하지만 다문화가정 자녀가 결핍과 문제가 많은 것으로 비쳐지는 표현에는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 민중당의 토론회 내용 중 다문화학생이 문맹으로 보인 부분, 학교 밖 정책이 전무하다, 학업중단율이 높다는 세 부분의 사실관계는 바로잡아야 한다.

첫째는 한글 문맹 부분이다. 다문화학생의 문맹률 통계자료는 없다. 다문화학생은 국제결혼가정 자녀 중 국내출생과 외국출생으로 나누고 외국인가정의 자녀들도 포함한다. 한국어 지원이 필요한 경우는 대부분 외국출생으로 입국한 경우와 부모의 경제적 사정으로 외가에 맡겨졌다 취학통지서를 받고 입국하는 아동들이다. 토론회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을 때, 다문화가족 이주여성인 다문화학생의 어머니들은 ‘자신의 아이는 한국어 구사에 문제가 없는데, 한국어도 못 하는 것으로 방송에 나오냐며 항의하고 싶다’고 했다. 10여년 전 교육부에서 다문화학생이라는 이유로 한국출생 학생에게 방과 후 한국어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학부모들의 반발이 대단했다. 한국어 사용이 유창한 학생도 대상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어 지원이 필요한 학생도 있다. 하지만 ‘문맹제로’라는 표현은 현재 문맹률이 높게 비쳐지는 낙인효과가 있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두 번째는 학교 밖 지원정책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왜곡된 정보다. 정부 지원사업으로 가정으로 찾아가는 한국어교육, 자녀생활지도, 언어치료, 대학생멘토링 등이 있다. 경남도의 경우 지방비 지원을 통해 연간사업으로 부모나라 언어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경남도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3년째 토요 베트남어 교실을 운영하고, 다문화학생의 심리·정서지원을 위해 부모교육, 상담, 체험 프로그램, 발표력 향상, 기관 탐방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전체 학생은 수용할 수 없어 희망자에 한해서 진행하고 사전·사후 평가도 한다. 세 번째는 ‘다문화 학생들의 특징은 취학률이 낮고 학교 중단율이 높으며,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그 격차가 벌어져 고등교육으로의 진입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부분이다.

이는 외국인주민의 60%를 차지하는 경기·서울·인천의 특징이다. 경남의 경우는 국제결혼이 급증했던 2000년대 중반 출생한 아이들이 이제 중학교에 진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현재 중등교육 현장에 다문화학생의 비율이 낮은 것은 당연하다.

위 세 가지 사실관계의 아쉬움은 있지만 민중당 경남도당의 토론회에서 주장한 “학교 내의 의무교육에서 학교 밖까지 의무교육의 확대를 위해 법 제도를 뛰어넘어 지자체, 교육청과 시민사회단체에 이르기까지 협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제안은 공감한다. 필자는 2015년 박사논문을 쓰며 다문화와 비다문화가정 자녀의 교육환경을 분석하였는데, 다문화가정의 학부모들이 공교육에 기대하는 바가 컸고 학교현장을 통한 사회자본의 확대 수요도 많았다. 학교 밖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공교육의 역할이 좀 더 강화되어야 한다. 방과 후, 주말, 방학기간 동안 공교육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 민주당에서는 다문화가족이라는 단어가 낙인효과가 있다고 ‘글로벌가족’으로 다문화가족지원법을 개정하는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부르는 이름이 문제가 아니라 차이를 차별로 대하는 인식이 문제인 것이다. 다문화가족과 학생들에 대한 관심은 고마우나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가지고 다문화가족을 일반화시키는 것은 또 다른 구별짓기가 되어 상처를 주게 된다. 우리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 함께 고민해주시길 부탁한다.

승해경(경남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