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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11) 제25화 부흥시대 21

‘하늘에서 편하게 지내라’

기사입력 : 2019-11-18 07:49:39

이재영은 그녀의 부음을 듣자 가슴이 아팠다.

“누가 사주었는지 진주목걸이를 하나 가지고 있었는데 애지중지했었다고 합니다.”

이철규의 말이었다. 이재영은 진주목걸이를 그녀의 목에 걸어주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날이 그녀와의 마지막이었다. 생전 처음 빙수도 사먹었고 해수욕장에도 같이 갔다. 그녀는 자정이 지나자 돌아와 그의 품에 바짝 안겼다.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사람이 제일 좋아요.’

연심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다가 잠이 들었다.

이재영은 백화점에서 나와 무작정 걸었다. 투병생활을 하면서 연심이 무척 외로웠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꿈 많은 소녀시절을 보냈을 텐데.’

이재영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가 한참을 걷자 잿빛 하늘에서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연심아, 네가 이렇게 죽었구나.’

이재영은 부산에 자주 내려가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교회가 눈에 들어왔다. 이재영은 교회로 들어갔다. 교회 마당에 성모상이 있었다.

‘하늘에서 편하게 지내라.’

이재영은 성모상 앞에서 기도했다.

한겨울이었다. 눈발이 자욱하게 날리고 있었다. 날씨가 제법 차가웠다. 이재영은 교회를 나와 명동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거리 곳곳에 영어 간판이 눈에 띄었다. 미군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많은 가게들이 그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카바레와 나이트클럽도 생기고 비어홀도 생겼다. 카페와 액세서리 양품점도 생겼다.

이재영은 명동의 카페 아테네로 들어갔다. 아테네는 나츠코에서 김순영, 그리고 이름을 모르는 사람에게로 주인이 바뀌어 있었다.

“혼자 오셨어요? 커피 드릴까요?”

긴 드레스 자락을 끌고 온 마담이 이재영의 옆에 앉아서 물었다.

“그래요.”

이재영은 옷에 묻은 눈을 털었다. 카페의 마담은 30대로 보였다. 검은 드레스에 조화 한 송이를 가슴에 달고 있었다.

“저도 한 잔 사주세요.”

이재영이 고개를 끄덕거리고 담배를 물었다. 여자가 성냥을 켜서 불을 붙여주었다. 카페는 눈 때문인지 손님들이 거의 없었다.

“밖에 눈이 오나 봐요.”

“눈이 많이 오고 있소.”

“날씨는 추운데 공산군이 신정대공세를 벌인대요.”

“아직 신정은 며칠 남았는데….”

이재영은 얼굴이 어두워졌다. 전쟁 소식은 이제 지긋지긋했다.

레지 아가씨가 커피 두 잔을 가지고 왔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