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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뒷모습과 척추건강

기사입력 : 2019-11-18 07:50:3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처럼 어떤 대상을 천천히 응시하다 보면 그 모습이 마음에 와 닿을 때가 있다.

특히 누군가의 뒷모습을 볼 때면 수많은 생각이 오고간다. 예전보다 한층 더 처진 어깨를 한 아버지와 굽어진 등의 어머니를 볼 때면 이내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처럼 누군가의 뒷모습은 사랑의 시작이기도 하며, 의학적으로는 척추건강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최근 척추질환의 발생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1~15년 사이의 척추측만증 환자 중 44.4%가 10대이며, 이 중 13~16세 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청소년기 아이를 둔 부모라면 긴장되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척추측만증은 아이들의 성장과 직결되며 디스크탈출증과 같은 다른 척추질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척추건강은 어떻게 체크해 볼 수 있을까? 먼저 아이가 서있는 채로 뒤에서 봤을 때 어깨의 좌우 높이가 다르거나, 골반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경우이다.

또 무릎을 펴고 상체를 앞으로 숙였을 때 좌우 등의 높이가 차이가 나거나 사진을 찍을 때마다 고개가 항상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경우, 신발 밑창이 서로 다르게 닳는 경우 등을 측만증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 척추측만증은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므로 10세 전후 자녀가 있다면 아이의 척추건강에 대해 주기적으로 관심을 두고 살펴보아야 하겠다.

또한 굽은 허리로 실버카(어른용 보행기)를 밀고 가는 어르신의 뒷모습은 안타깝다. 이같이 굽어진 허리를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하며 대부분 간과하나, 이는 척추후만증의 대표적인 증상이라 할 수 있다. 전문용어로 ‘퇴행성 요부변성후만증’. 척추가 뒤로 휘어진 것으로 50~6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 주로 나타나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의 여성들에게서 많이 보인다. 후만증은 병이 진행될수록 통증이 나타나 걸을 때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이후 제대로 허리를 펼 수조차 없을 만큼 굽어버린다. 일단 서있을 때나 걸을 때 요통이 심하게 나타나고, 요통을 완화하기 위해 허리를 짚고 일어나거나 벽을 붙잡고 쉬는 자세를 취한다. 또 몸 앞쪽으로 물건을 들지 못하거나, 언덕이나 계단을 오를 때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굽어진 허리는 결코 삶의 흔적이 아니라 ‘병’이다. 만일 부모님이 서있기 힘들어하고 걸음걸이가 길어지며 허리가 굽는 증상을 보인다면 척추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 병이란 치료와 관리에 따라 얼마든지 진행을 더디게 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바로 아버지, 어머니의 뒷모습을 한 번 더 바라보길 바란다.

신호동 (창원the큰병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