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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보통의 학부모가 바라는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 이상규(사회부장)

기사입력 : 2019-11-18 20:25:33

고교 평준화 정책은 박정희 정권 때 처음 도입됐다. 박 대통령은 1973년 2월 “공부는 고등학교에서 더 시키고 중학교의 어린 학생에게는 과도한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심신을 고루 발달시키도록 하라”고 지시했고, 군사 정부는 1974년 서울과 부산을 시작으로 고교 평준화를 시행했다. 1975년에는 인천, 대구, 광주까지 평준화 지역을 확대했고, 1979~80년 대전, 전주, 마산, 청주, 수원, 춘천, 제주(1979) 창원, 성남, 원주, 천안, 군산, 이리, 목포, 안동, 진주 15개 도시로 고교평준화제도를 확대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1968년 초등학생을 입시 경쟁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며 중학교 무시험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고교 평준화 정책이 도입될 당시에도 ‘수월성 교육을 포기하는게 아니냐, 하향 평준화된다’ 등의 비판이 있었지만 결국 시행됐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고교 평준화 정책과 어떤 측면에서 유사한 정책을 발표했다.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 국제고를 오는 2025년 3월부터 일반 고등학교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자사고,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과 일반 고교 역량 강화대책을 담은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을 밝혔다. 유 부총리는 “전체 학생의 약 4%를 차지하는 외고, 자사고 등에서 우수 학생을 선점하고 비싼 학비와 교육비가 소요되다 보니 고등학교가 사실상 일류, 이류로 서열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설립 취지와 다르게 학교 간의 서열화를 만들고 사교육 심화 등 불평등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보수성향의 학부모단체와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공정성을 가장한 획일적 평등으로의 퇴행적 조치”라며 반발했다.

이들 학교의 문제점은 설립 초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지난 1992년 도입한 외고와 1998년 도입한 국제고, 2001년 도입한 자사고 등은 지난 1974년 평준화 정책의 보완 성격이 있었다. 자사고와 특목고는 과거 경기고, 경복고, 서울고, 경남고, 부산고, 광주일고, 경북고, 경기여고, 이화여고, 숙명여고, 선린상고, 경기상고, 덕수상고, 부산상고, 광주상고, 마산상고, 대구상고, 서울여상, 서울공고, 금오공고, 전주고, 대전고, 마산고, 진주고, 제물포고, 춘천고 등 각 지역별 명문고를 대체한 성격이 컸다. 일반고 일괄 전환 대상학교 숫자도 외고 30개교와 국제고 7개교, 자사고 38개교 등 75개 고교로 과거 전국의 명문고 숫자와 비슷하다.

베이비붐 세대와 학력고사 및 수능 세대는 수시보다 수능이 공정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왜냐면 객관적인 단 하나의 지표인 수능점수(그 전에는 학력고사 점수)로만 대학을 들어갔고, 입시제도가 지금처럼 복잡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당시엔 못사는 집안의 자녀도 서울대를 비롯한 유수한 대학에 많이 들어간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였다. 그런데 갈수록 이게 안되고 있다. 있는 집 자녀들이 좋은 학교에 더 많이 들어간다. 한국의 교육제도와 입시제도는 결국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대학의 서열화와 맞물려 있다. 또한 대학 서열화는 청년들의 취업과 직결되어 있다. 아무리 입시제도와 교육제도가 달라져도 청년실업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상규(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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