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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13) 제25화 부흥시대 23

“귀티가 나요”

기사입력 : 2019-11-20 07:53:47

그녀가 반짝이는 눈으로 이재영을 응시했다. 여자는 얼굴이 갸름하고 머리가 풍성한 달걀머리였다.

여자들은 헤어스타일도 미국 영화 속 여자들을 흉내 내고 있었다.

가슴은 크고 허리는 잘록했다.

“쌀장사를 하오.”

“쌀장사를 할 분은 아닌 것 같은데….”

“왜요?”

“귀티가 나요.”

이재영은 웃음이 나왔다. 고생을 하지 않으니 귀티가 흐르는 것은 당연하다. 이재영은 평생 동안 비교적 편하게 장사를 했다.

“오늘 무슨 일로 커피를 마시러 오셨어요?”

“여기는 처음에 내가 알던 일본 여자가 카페를 열었고… 뒤에 김순영이라는 여자가 인수했었어. 김순영이 소식은 알 수 없고… 오늘 아는 여자의 부음을 들었소. 여자가 젊은 나이에 죽어서 그냥 산보를 나왔소.”

연심의 얼굴이 다시 가뭇하게 떠올랐다.

“어머, 사랑하는 여자 분이에요?”

“글쎄….”

내가 연심을 사랑했던 것일까. 연심은 나를 사랑했던 것일까. 이재영은 그 질문에는 확신을 할 수 없었다. 연심은 포근하게 안아주는 남자를 원했다.

“이름이 어떻게 돼요?”

“연심이오.”

“어머.”

여자가 깜짝 놀라는 시늉을 했다.

“제 이름도 연심이에요.”

이재영은 연심을 쏘아보았다. 이 여자 뭐야? 이 여자 이름이 진짜 연심이야? 그렇다면 너무 공교로운 일인 것이다.

“진짜예요. 시민증 보여드려요?”

시민증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신분증이다. 1950년부터 도민증 제도가 도입되어 누구나 시민증이나 도민증을 지니고 다녀야 한다.

“연심이가 진짜 이름인가 보네.”

“네. 정연심….”

“나는 아나스타샤가 더 좋아.”

“왜요?”

“웬일인지 이국적인 냄새가 나지 않아?”

“그럼 선생님은 아나스타샤라고 부르세요.”

정연심이 깔깔대고 웃었다.

“남편은?”

여자가 카페에 나와서 일을 하는 것은 사연이 있을 것이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