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김장- 서영훈(뉴미디어부장)

기사입력 : 2019-11-21 20:34:08

찬바람이 부는 이맘때, 우리 머릿속에 퍼뜩 떠오르는 음식은 무엇일까.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또 연령대 등에 따라 아주 다른 음식이 떠오를 수 있다. 빵틀에서 노릇노릇 익어 가는 붕어빵, 차가운 손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군고구마, 한기 든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부대찌개가 그런 음식들이다. 그래도 겨울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김장일 것이다.

▼김장은 싱싱한 채소를 구하기 어려운 겨울을 앞두고 한목에 많은 양의 김치를 담가 저장하는 것, 또는 그렇게 저장한 김치를 말한다. 고서에 기록된 침장(沈藏)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냉장고 같은 저장수단이 없던 시절이나 김치냉장고가 쏟아져 나오는 요즘이나 김장은 적기에 해야 맛도 좋고 또 오래 저장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김치를 담가야 하니, 이 일은 한 집안에서 1년 중 가장 큰 일이 된다.

▼온 식구가 한데 모여 왁자지껄하게 김장을 하고 나면, 맵싸하면서도 상큼한 김치의 맛을 아니 볼 수 없다.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배추김치를 그 결을 따라 쭉 찢어 먹는 맛은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을 돌게 한다. 갓 담근 김장김치는 숟갈 가득 뜬 흰 쌀밥 위에 올려 먹어도 맛있지만, 갓 삶아 낸 돼지 수육과 함께 먹는 것이 으뜸일 것이다. 어떤 이는 튼실하게 자란 배추 포기만 봐도 은근히 김장하는 날이 기다려진다고 할 정도다.

▼먹을 것이 풍부해지면서 김치의 가치는 상당히 줄어드는 듯하다. 밥은 여전히 한국인의 주식이지만, 그 지위가 이전만큼 공고하지는 않다. 더구나 신선한 채소가 연중 생산되고 김치냉장고 등의 저장시설도 넘쳐나면서 김장의 중요성도 줄어든 듯하다. 한 설문조사에서 20대의 29%와 60대의 20%가 ‘김치 없이 살 수 있다’라고 했고, 20대와 30대의 절반 이상이 김치냉장고가 필수품이 아니라고 답했다. 그래도 김장을 직접 하겠다는 가구의 비중이 아직 65%인 걸 보면, 김장은 한국인의 소울푸드라고 할 만하다.

서영훈(뉴미디어부장)

  • 서영훈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