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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환경영향평가 신뢰 위한 ‘공탁제’ 도입해야

기사입력 : 2019-11-21 20:40:59

환경영향평가제는 1980년대부터 시행하면서 개발 사업으로 인한 환경훼손을 막는 파수꾼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개발사업자들이 제도의 맹점을 악용하면서 거짓·부실 평가에 대한 시비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심지어 ‘환경영향평가는 곧 개발허가 통과세’라는 오명을 들을 정도로 신뢰도와 공정성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 8월 창녕 대봉늪 제방공사 환경영향평가가 거짓·부실 작성된 것으로 판정받았고, 최근 낙동강 하류 대저대교 도로건설 환경영향평가 결과에도 의혹이 제기되면서 도민들의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영향평가 제도개선 토론회가 어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려 진지하게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환경영향평가를 개발사업자가 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엉터리 평가서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 문제점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개발사업자가 갑이 되고, 평가기관이 을이 되는 수직적이고 불공정한 계약관계이다 보니 환경영향평가 조사와 평가서 작성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환경현황 은폐나 축소는 물론, 개발업자로선 사업이 백지화되지 않기 위해 어떤 조작이든 서슴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사업자는 공인된 제3의 기관에서 비용을 공탁하고, 공탁을 위임받은 제3의 기관이 공정한 방식에 따라 대행자를 선정해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토록 하는 ‘공탁제’가 제시됐다.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영향평가제의 공정성을 담보하겠다는 정부의 결단이다. 더 이상 개발사업 합리화의 도구로 악용되는 현실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공탁제 도입을 위한 준비도 병행해야 한다. 중립적인 국가 전문기관을 지정(설립)해 환경평가 공탁업무를 비롯한 관련 분야를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부실평가 방지와 평가 수준 향상을 위해 환경평가 비용의 현실화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 전체 사업비의 0.05% 수준에 불과한 환경평가 비용을 목적에 맞게 현실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사전입지상담제, 환경영향평가협의회 등 스코핑(scoping) 기능을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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