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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인 복지촌 건설과 삼위일체의 길- 윤종덕(시인·평론가)

기사입력 : 2019-11-21 20:40:56

삼위일체의 길이란 사지(四肢)가 멀쩡한데 눈이 멀었고, 눈은 멀쩡한데 앉은뱅이로 걸을 수 없는 두 사람이 힘을 합해 정상인처럼 외나무다리를 건너가는 길을 말한다. 너와 나, 그리고 새로운 우리를 만들어야 복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노령의 부모들을 가족들마저 내팽개친다면 동방예의지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하겠다.

우리지역에서 연간 2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는 노인학대의 가해자 93.5%가 가족이라니, 가히 고려장 수준급이 아닐 수 없다. 노인들이 모여서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면, 오늘날 고려장이란 살아서 노인요양병원에 들어가 죽어서 나온다는 것이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관심을 가진다면, 노인들의 소외감과 고독함을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안락한 노후생활은 자식의 도리이기에 노인복지의 바람직한 방안이 무엇인지 다 같이 논의했으면 한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가족들을 범죄자로 몰아넣어서는 안 된다. 보호전문기관의 운영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경찰의 단속으로도 구원의 손길을 일일이 펼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묘안(妙案)이 될지 모르지만, 삼위일체의 길을 실천할 수 있는 노인 별천지(別天地, 老人幸福마을) 건설을 하나의 대책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노인 별천지는 노인을 위한 행복마을을 만드는 일이다. 이에 대한 청사진은 현재 우리지역 농촌마을에 빈집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에 따라 그곳에 노인들이 요양하기에 좋은 곳을 선정하여 병원을 짓고, 마을의 빈집들을 병실로 만들거나 전원생활을 원하는 노인들에게 주거지로 분양하여 지역 행정기관에서 관리 감독할 수 있는 행복촌을 운영하자는 구상이다.

운영의 장점을 열거해보면 농어촌에 공인의료원(보건소 등)의 확대 배치에 따른 젊은이들이 늘어나 활기찬 농촌이 됨은 물론, 단순히 의료행위의 혜택만 누리는 상황에서, 노인의 활동성 여부에 따라 농어촌의 소일거리를 함께 제공함으로써 생활의 활력과 농어촌 소득증대에도 일조할 수 있으며, 더불어 요양보호시설의 한정된 공간생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장점들은 더 열거하지 않아도 많다고 하겠다.

이러한 복지촌의 건설이 자칫 노인들을 소외시키거나, 노동이라는 힘든 일을 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문도 있을 수 있겠으나, 삼위일체의 방법적인 묘책에서 행한다면 기우(杞憂)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윤종덕(시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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