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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남퀴어문화축제 성료…우려했던 충돌 없었다

주최 측 추산 1000명 참가… 집회 장소 분리해 마찰 없어

기사입력 : 2019-11-30 20:29:58

성소수자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개최된 제1회 경남퀴어문화축제가 우려했던 반대했던 세력과의 충돌없이 마무리됐다.

30일 창원시청 광장 남측 중앙대로에서 제1회 ‘경남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전국 퀴어문화축제에서 올해 가장 마지막으로 열리기도 하고, 보수적인 지역에서 열렸다는 의미에서 ‘무지갯빛 해방물결 완성은 경남이다’를 내걸고 시작된 이날 축제는 도민들을 비롯해 전국에서 축제에 참가해 주최 측 추산 1000명이 함께 했다.

30일 오후 경남 창원시 롯데마트 옆 중앙대로에서 열린 제1회 경남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경남 창원시 롯데마트 옆 중앙대로에서 열린 제1회 경남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시부터 시작된 부스행사에는 경남장애인권리옹호네트워크를 비롯해 창원시 평화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경남, 영남대·경상대 성소수자 모임 등 도내 단체를 비롯해 전주, 제주, 인천, 서울,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와 같은 전국 단위 성소수자, 인권 관련 단체들이 참가했다.

주부산미국영사관 다니엘 게닥트 선임영사는 그는 “사랑은 사랑이다,누구나 사랑할 똑같은 인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지지하기 위해 경남에 왔다”며 “지난해 부산에 이어 올해도 아이들에게도 직접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기 위해 두 아이의 생일날인데 생일 선물로 데리고 왔다”고 밝혔다.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은 밝은 표정으로 부스를 돌아보면서 각 부스의 체험행사를 참여하거나 부스가 판매를 위해 준비한 물품들을 구경했다. 이미 각지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만난 이들과는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커플룩을 입은 성소수자 연인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경남에서 열린 축제인 만큼, 도내 성소수자들은 더 큰 의미로 받아들였다.

경상대 성소수자모임 ‘유비큐’ 회원은 “늘 다른 지역에서만 열리다 우리가 있는 경남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려서 매우 기쁘다, 이 곳에서 열린 것은 큰 행보라 생각하고 우리 존재를 알릴 수 있어 보람되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어서 아웃팅(성소수자임이 알려지는 것) 위험도 크지만 아무리 겁나도 존재 알리는 것에 참여해야 뜻깊다 생각해서 용기내어 왔다”고 말했다.

30일 오후 경남 창원시 롯데마트 옆 중앙대로에서 열린 제1회 경남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경남 창원시 롯데마트 옆 중앙대로에서 열린 제1회 경남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경남 창원시 롯데마트 옆 중앙대로에서 열린 제1회 경남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경남 창원시 롯데마트 옆 중앙대로에서 열린 제1회 경남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4시부터는 축제 가운데 가장 중요한 행사로 꼽히는 프라이드 행진이 상남동 일대에서 시작됐다. 행진은 당초 중앙사거리에서 상남동 고인돌 사거리, 상남시장과 은아아파트를 거쳐 창원시청광장 주위를 도는 것으로 계획되었으나 반대 세력과의 충돌을 우려해 은아아파트에서 롯데백화점 쪽 광장 일부만을 도는 것으로 우회했다. 경찰의 삼엄한 통제 속에 행진이 진행되면서 우려한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19중대, 여경 6제대 등 경찰 1400여명이 투입됐다.

경남퀴어문화축제 이민규(활동명) 집행위원장은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멀리서도 와서 연대를 해준 분들이 많아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보수적이기도 하고 꽉 막힌 이 지역에서 작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 일어났고, 성공적으로 열린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창원시청광장을 사이에 두고 경남퀴어문화축제 반대 집회도 함께 열렸다.

경남 기독교 총연합회와 경남 성시화 운동본부, 바른가치수호 경남도민연합도 퀴어문화축제에 대응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주최측 추산 5000여명의 참가자들은 창원 성산아트홀 앞 중앙대로에 마련된 행사장에서 '퀴어 퍼레이드 반대 경남 대성회'를 열고 동성애, 퀴어 퍼레이드 반대와 경남인권보장 조례 폐지를 주장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이어진 행사에서는 찬양과 예배, 연사 발언 및 문화행사, 기도회 및 자유발언 등 3부로 나눠 진행됐다. 특히 이날 무소속 이언주 의원도 참여해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에 대해 발언을 했다. 이 의원은 "우리는 그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그들을 사랑한다. 그러나 그들의 그런 행위를 단호하게 반대하고 옳지 않은 것에 대해서 비판할 자유가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퀴어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는 동안에도 별다른 동요 없이 준비해 온 문화행사를 이어나가면서 물리적 마찰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민영·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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