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거부의 길] (1721) 제25화 부흥시대 31

“서방님처럼요?”

기사입력 : 2019-12-02 07:56:04

이재영도 웃었다.

“아버지야 우유부단하시잖아? 이런 양반이 돈은 어떻게 버나 몰라?”

“아버지는 인복이 있으세요. 주위에 항상 좋은 분들이 있어요.”

“맞아. 그러니 아버지 옆에 있는 나도 좋은 사람이지?”

미월이 너스레를 떨었다. 이재영은 모처럼 크게 웃었다.

“아버지, 백화점은 언제 오픈합니까?”

“해가 바뀌면 영업을 시작할 거다. 전쟁은 언제 끝날 것 같냐?”

“졸병이 어떻게 알겠습니까?”

이재영은 성식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전쟁 끝나면 저도 백화점에서 일을 하면 좋겠습니다.”

“제대하면 같이 일을 하자.”

“예.”

성식은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그는 하룻밤을 자고 부대로 돌아갔다. 미월이 성식의 부대 장교들을 불러서 점심을 대접했다.

이재영은 며칠이 지나자 미월과 함께 부산으로 내려갔다. 부산은 여전히 피란민들로 들끓고 항구에서 물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미월은 부산 요정의 책임자로 영주를 세웠다.

연심이 요정을 떠난 뒤에 채운이라는 기생이 운영을 했으나 미월이 영주로 바꾼 것이다.

영주는 서른 살 안팎으로 보이는 기생이었다. 해방이 되기 전에 당시의 요정에 팔려 기생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불과 서른 살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나 나이 때문에 노기(老妓)로 취급을 받았다. 그래도 얼굴이 예쁘장하고 소리를 잘했다.

“왜 영주로 바꾼 거야?”

이재영이 미월에게 물었다.

“채운이는 남자가 있어요. 남자가 있어서 돈을 빼돌리고 있어요.”

“영주는?”

“영주는 남자가 없어요.”

미월은 두 기생에 대해서 자세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미월은 영주에게 요정 운영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영주는 긴장하여 미월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영주는 잘 들어. 요정은 모두 사장님 재산이야. 기생들도 마찬가지고….”

이재영은 옆방에 있었으나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네.”

“네가 사장님을 잘 모시면 평생 부유하게 살게 해줄 거야. 알겠어?”

“네.”

영주는 미월로부터 교육을 받고 있었다.

“사장님을 서방님처럼 모실 수 있겠어?”

“서방님처럼요?”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