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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불편한 소비- 이종훈(정치부장)

기사입력 : 2019-12-03 20:25:53

연말이 되면 유통가에서는 각종 세일로 고객들을 유혹한다. 화장품부터 시작해서 옷, 가전 등등 많은 제품들이 할인된 가격으로 매장에 진열되거나 홈쇼핑에 오르내린다. ‘꼭 필요한 물건만 사야지’ 하고 나서지만 오늘의 특가’, ‘1+1’에 시선을 빼앗겨 장바구니에 온갖 물건들로 가득 차는 경우가 많다. 연말 분위기에 휩쓸리면서 지갑이 열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결제를 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물건 구입한 것을 후회한다

▼마케터들의 현란한 광고도 구매욕을 부채질한다. 예컨대 많은 이가 사용하고 극찬 후기가 가득한 ‘핫템’과 ‘연예인 추천 아이템’이라고 하면 보다 쉽게 믿고 구매한다. ‘한정 판매’ 등의 문구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러다 보니 합리적 소비는 되지 않고 통장 잔고는 점차 바닥을 보인다. 다수의 연구결과 소비는 이성적 결정이 아니라 감정적 결정으로 이뤄지며, 결정에 내려지는 시간은 0.1초 내외라고 한다.

▼감정적 결정에 불을 지피는 가장 큰 요소는 신용카드이다. 당장 현금이 없더라도 물건을 살 수 있어 경제활동 1인당 신용카드 수는 4.4매에 달한다고 한다. 신용카드는 현금을 지불하는 고통을 잊게 하면서 편리성이 주는 달콤한 쾌락도 누릴 수 있어 ‘마약’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연거푸 결제하다 보면 월급날은 카드회사의 몫이 되어버리고 월급의 상당 부분을 카드사에 저당잡히면서 살아가는 ‘할부 인생’이 되고 만다. 카드결제금을 벌기 위해 일을 한다는 자괴감에 미래가 두려워지기도 한다

▼소비자는 구매를 위해 지갑에서 돈을 꺼낼 때 칼로 베인 듯한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미국 경제학자 댄 애리얼리 교수는 그의 책 ‘부의 감각’에서 ‘신용카드는 우리가 돈을 지불하는 고통을 잊게 해줌으로써 지출을 늘린다’고 경고했다. 소비하기가 너무 쉬운 세상이다. 직장인들의 유리지갑을 노리는 유혹도 많다. 신용카드를 잘라 버리고 지불의 고통을 느껴야 소비의 질도 높아진다. ‘할부 인생’을 벗어나려면 불편한 소비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종훈(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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