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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기록원 환영- 차상호(사회부 차장)

기사입력 : 2019-12-08 20:38:47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이집트를 정복한 후 파라오가 됐고, 지중해 연안에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를 건설했다. 바로 알렉산드리아다. 알렉산드로스 대왕 사후에 그의 휘하 장군 중 하나였던 프톨레마이오스가 파라오가 되면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알렉산드리아에 거대한 도서관을 건립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그 규모나 소장 기록물이 엄청났다고 전해진다. 당시 지식의 중심 같은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도서관이 소실돼버렸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의한 방화 혹은 실화라는 얘기도 있지만 진위는 알 수 없다. 조선왕조실록. 왕이 죽으면 실록청이 설치되고 실록편찬작업이 시작된다. 왕의 일거수일투족, 심지어 그 얘기는 쓰지 말라는 얘기까지 적어 놓은 사초를 모아 실록을 집대성한다. 그렇게 완성된 실록은 사고에 보관된다.

▼4곳의 사고에 각각 1부씩 보관하는데, 임진왜란 때 서울과 충주, 성주에 보관했던 실록이 불타버렸지만, 다행히도 전주에 보관된 실록이 있어 이를 토대로 다시 정리했고 이후에는 오대산을 비롯한 5곳에 나눠 보관하게 했다. 기록은 남았고 비로소 우리는 실록을 볼 수 있게 됐다. 그 남은 기록은 책으로, 드라마로 혹은 ‘조선왕조실톡’ 같은 웹툰으로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경상남도는 지난해 5월 경상남도기록원을 개관했다. 전국 최초의 지방기록물 관리기관이다.

▼경남도기록원은 아직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듯하지만 그 자체로 의미 있기에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경남교육청도 기록원 건립에 나섰다. 저장고가 없어 학교 기록물을 이관받지도 못하고 있는 처지기에 필요한 사업인 것이다. 최근 도의회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관련 용역예산이 삭감됐다가 가까스로 살아났다. 본회의가 남아있지만 잘 통과돼 교육 관련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잘 보존하고 관리하며 무엇보다 활용할 수 있는 기록원이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차상호(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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