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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초대석] 정해룡 창원 ㈜한결코르크 대표

“시장 트렌드 맞춰 기술개발해야 살아남죠”

1990년 ‘에어밸런스 호이스트’ 국산화

기사입력 : 2019-12-09 21:16:59

창업하기는 쉽지만, 오래 살아남는 기업이 되기는 매우 어렵다. 확신을 갖고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급변하는 변화에 맞춰가지 않으면 금세 뒤처지기 마련이다.

창원 동읍 소재 ㈜한결코르크 정해룡 대표는 1990년대 산업 현장에서 각광을 받은 ‘에어밸런스 호이스트’ 국산화, 2000년대 초반 IT융합운동기구 ‘에어렉스’ 개발, 현재는 공기정화 친환경 탄소코르크 화분으로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움직였다. 사업 다각화 밑바탕에는 항상 기술 개발에 대한 노력이 있었다.

지난 3일 오후 ㈜한결코르크 정해룡 대표가 창원시 동읍 생산 공장에서 탄화코르크 제품을 내보이고 있다./전강용 기자/
지난 3일 오후 ㈜한결코르크 정해룡 대표가 창원시 동읍 생산 공장에서 탄화코르크 제품을 내보이고 있다./전강용 기자/

정 대표는 지난 1995년 에어밸런스 호이스트를 초창기 미국에서 들여와 3년 후 국산화에 성공했다. 에어밸런스 호이스트는 스프링과 리프트를 결합해 공기압으로 중량물을 들어 올리는 기계다. 정밀한 조립이 필요한 자동차 조립·가전제품 생산 라인에서의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당시 대우자동차, LG 등으로 납품해 점유율을 높였다. 한 해 매출은 50억원이 훌쩍 넘었다. 국산화에 성공한 이후에는 대당 단가를 절반으로 낮춰 미국 등지에 역수출하기도 했다. 그는 우수자본재 기술개발의 공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산업 현장의 꾸준한 수요를 기대했지만 2000년대 들어 대부분의 공장에 자동화 설비가 구축되면서 판매량은 점차 줄기 시작했다.

“자동화로 기존 기계 제작 부문들이 침체기에 들어섰습니다. 더 이상 매달릴 수 없었죠. 가장 자신있는 ‘공압’으로 시장 변화에 맞춘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시장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는 IT와 헬스 분야였다. 정 대표는 서울대 스포츠학과와 공동으로 IT 융합 공압 저항운동기구를 시장에 내놨다. 중량을 높이기 위해 얹어야 했던 무게추를 공기압으로 대신하고, 운동과 동시에 체지방 분석, 운동량 등이 자동으로 기록되는 제품이었다. 국내 시장 공략과 함께 고령화로 항노화, 헬스케어 등이 주목받고 있던 일본 시장에도 진출했다.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일본에서는 헬스 케어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일본의 주요 노인요양시설, 주간보호시설에 기기가 납품됐고, 운동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보험수가를 적용하는 단계까지 일본 복리후생성과의 논의가 이어졌어요.”

악재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터졌다. 정식 계약 전 후쿠시마현 노인요양시설 30여곳에 시제품을 납품했는데, 그해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시제품 회수는 고사하고 일본 정부가 복지 예산을 대거 삭감하면서 투자금도 회수하지 못했다. 2015년 정 대표는 저항운동기구 사업에서 손을 떼고 새로운 먹거리를 구상했다.

기계·설비 분야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였지만 투자가 점차 줄어들고, 점차 고도화되는 설비 자동화로는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정 대표는 환경이라는 트렌드에 집중했고, 당시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탄화코르크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 탄화코르크는 참나무 껍질 안쪽의 벌집 모양 세포구조로 된 내피를 태운 후, 잘게 부수어 화학 첨가물 없이 압착시킨 친환경 자재다. 그는 탄화코르크를 활용한 보드, 화분 등을 제작해 공공기관, 기업체 등에 납품하고 있다. 냄새, 습기, 공기정화 등의 장점을 가진 탄화코르크의 장점을 앞세워 조달청 등록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종업원이나, 매출이 많지 않지만 향후 다양한 탄화코르크 제품 개발로 소비자들의 건강과 매출 도모로 사회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했다.

엔지니어였던 정 대표가 창업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사업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시장 트렌드 분석과 지속적인 기술 개발이다. 그는 어려운 창업 환경에 놓인 이들에게 시장 변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0년대 당시 우리가 차세대 먹거리로 불렀던 것들은 지금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빠른 시장 변화로 창업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트렌드를 잘 읽어내고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면 급변하는 창업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봅니다.”

※ 정해룡 대표 : △1963년 경북 영덕 출생 △1995년 ㈜동성산기 설립 △에어밸런스 호이스트 등 9건 특허출원 △1998년 벤처기업 선정 △2002년 국무총리 우수벤처 기업포상 △2003년 우수자본재 기술개발 대통령 표창 △2016년 ㈜한결코르크 설립

박기원 기자 pkw@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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