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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자매- 조고운(사회부 기자)

기사입력 : 2019-12-12 20:44:10

둘째가 딸이길 은근히 바랐다. 평생 꿈꿔 온 자매에 대한 로망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언니나 여동생이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고, 나이가 들수록 그 증세는 더 심해졌다. 주변의 자매들은 라이벌이자 친구였다가 결국 가장 친한 가족이 됐다. 그들의 강한 자매애는 이성 간의 사랑이나 친구 간의 우정이 범접할 수 없는 어떤 힘이 있는 듯했다. 엄마의 욕심은 결국 꿈으로만 끝났지만, 자매 자녀를 둔 지인들은 여전히 부러움의 대상이다.

▼최근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겨울왕국2의 두 주인공은 자매인 엘사와 안나다. 디즈니의 공주 시리즈 최초로 남녀 사랑이 아닌 자매애에 초점을 맞춰 화제가 되고 있다. “두 여성 캐릭터는 항상 싸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없애고 싶었다. 자매가 합심해서 도전하고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통해 사랑의 복잡성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었다.” 제작진의 설명이다.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안나가 연인 크리스토퍼를 두고 언니를 따라 모험에 나서는 장면이었다. 기존 대부분 만화 속 공주에겐 왕자의 사랑이 최우선 가치였다. 사랑이냐 가족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만화영화 속 공주가 상황에 따라 사랑이 아닌 것에 가치의 무게를 두고 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의미있게 느껴졌다. 특히 자매라는 연결고리는 이런 낯선 설정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줬다.

▼자매가 형제나 남매보다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우리는 자매애의 이야기에 너무 집중하지 않았다. 형제의 영웅담이나 오누이의 우애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떠오르지만 자매는 그렇지 않다. 더 이상 신데렐라의 못된 의붓언니나 인어공주의 무능력한 언니들이 아이들 만화영화 속 자매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돼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겨울왕국이 자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박수를 받을 만 하다. 그리고 그 다음은 비혈연 자매의 이야기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토이 스토리의 우디와 버즈처럼 말이다.

조고운(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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