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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주4일제- 김희진(정치부 기자)

기사입력 : 2019-12-15 20:32:06

과로사회라는 악명을 지닌 일본사회에서 최근 신선한 실험 결과가 발표돼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일본지사의 주4일제 근무, 워크 라이프 초이스 챌린지(Work Life Choice Challenge) 운영 결과다. MS 일본지사는 8월 5주간 월~목 일하면 금~일 쉬도록 했다. 대면 회의시간을 30분으로 줄이고 온라인 회의를 장려했다. 그 결과 직원 1인당 전년 대비 매출 기준 생산성이 39.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운영 성과는 생산성 향상 만이 아니다. 전기사용량이 23.1%, 종이인쇄는 58.7% 줄어 비용이 절감됐다. 2300명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2280명 중 92.1%가 이 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같은 효과에 MS 일본지사는 겨울에도 주4일제와 함께 유급휴가와 연말연시 휴가를 합해 장기간 휴가를 쓸 수 있도록 실험을 추진하기로 했다.

▼주4일제를 통한 워라밸 실현을 추구한 사례는 우리나라에도 있다. 교육 기업 에듀윌이 지난 6월부터 일부 부서에 주4일제를 도입했다. 임직원은 ‘업무 집중도가 높아지고 충분한 휴식도 확보할 수 있어 능률이 오르는 것 같다’고 만족했다. 이후 채용사이트 방문자는 71%, 입사지원자는 200% 이상 증가해 사회의 관심을 반증하기도 했다. 한겨레신문사도 이달부터 행정직군 대상 주4.5일제를 시행한다.

▼이는 시대적 변화이자 전세계 노동자들이 오랫동안 자본의 노동력 착취에 맞서 싸워온 결과다. 하지만 최근 제1야당에서 나온 발언은 이런 흐름과 거리가 있어보인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한 특강에서 ‘우리나라는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 조금 더 일해야 하는 나라’라고 했고, 민경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10시간 일하고 싶으면 10시간 일하고 100시간 일하고 싶은 사람은 100시간 일할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토록 나라와 국민을 염려하는 그들에게 ‘나라 발전에 기여할 기회’, ‘100시간 일할 자유’를 기꺼이 양보하고 싶다.

김희진(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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