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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연말 ‘응급의료’ 망각한 창원경상대병원

기사입력 : 2019-12-15 20:32:17

창원경상대병원이 의료진 송년회를 이유로 환자이송 자제를 창원소방본부에 요청한 것은 병원의 존립 이유의 망각이다. 이 병원은 지난 11일 의료진 회식을 이유로 창원소방본부에 응급환자 이송을 받지 못한다고 알렸다. 의료진 부재로 신경외과, 흉부외과, 성형외과 및 중증외상 수술이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창원지역 유일의 국공립대학병원으로 지역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이 병원의 처사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24시간 응급환자 진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에서 일어나는 응급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지역응급의료센터의 응급환자 이송 자제 요청은 그 존립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다행이도 이날 별다른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말연시이고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겨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찔하다. 각종 사건·사고가, 그것도 대형으로 일어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경찰과 소방, 응급의료센터는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비상근무를 해야 한다. 그래야 하는 병원이 우리는 연말회식으로 송년기분 좀 내야 하니까 119는 우리 병원에 응급환자 싣고 오지 마시오라고 한 격이니 시민이 이해하겠는가. 더욱이 이날 병원은 공사장 붕괴사고로 외상환자가 병원에 유입되는 상황을 가정한 재난대응모의훈련까지 했다 한다. 그래놓고 회식한다고 응급환자 싣고 오지 말라 했다니 훈련과 실제는 따로따로인 셈이다.

비난이 쏟아지자 병원 측은 (회식은) 지속되는 인원부족 상황에서 쉴 새 없는 진료와 당직 속에 하루 병원공식행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명처럼 회식이 병원 공식행사라면 더 문제다. 병원 관계자 거의가 자신들의 병원이 지역응급의료센터임을 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존립 이유를 의심케 하는 병원 측의 비상식적 행위와 이를 공식행사로 진행한 병원 관계자들의 인식을 그대로 넘겨서는 안 된다. 경남도와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이 병원이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고 창원 100만 인구의 응급의료를 책임지는 지역응급의료센터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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