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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새해 희망- 허철호(사회2부장·부국장대우)

기사입력 : 2019-12-16 20:50:46

“어려웠던 시절 이웃들에게 받은 사랑을 더 어려운 이웃들에 돌려주고 싶다”, “고향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분들이 따뜻하고 훈훈한 연말을 보내면 좋겠다”, “정성으로 담근 김치가 어르신들이 따뜻하고 건강한 겨울을 보내시는 데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매년 연말이면 경남신문 사람마당 지면에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줄을 잇는다. 적게는 10만원부터 많게는 1억원 넘게까지 기부 행렬이 이어진다. 기부 행렬엔 유치원 아이들부터 노년층까지 거의 모든 세대가 참여한다.

기부 물품도 라면과 화장지, 연탄, 기름 등을 비롯해 자신이 직접 재배해 수확한 쌀과 사과 등 농작물까지 다양하다. 또 곳곳에서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기 위한 김장나눔 행사도 펼쳐진다. 경기 침체로 더욱 춥게 느껴지는 이 겨울, 이들의 온정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달 김해에서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아주머니가 만기가 된 적금 1000만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시청에 기탁했고, 중년 부부는 김해지역을 떠나면서 이웃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다며 익명으로 1300만원을 대한적십자사에 기탁했다. 통영에서도 지난달 이름을 밝히지 않은 기부자가 연탄 2000장을 시에 기탁했다. 울산시 북구에서도 익명의 기부자가 1000만원어치의 농협상품권을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했다.

이들 익명의 기부자들은 이번뿐만 아니라 수년째 기부를 해오고 있다. 김해의 아주머니는 “이후에도 만기가 돌아오는 적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후원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통영의 연탄 기부자는 무려 13년째, 울산의 상품권 기부자는 7년째 온정을 전하고 있다고 한다. 지면에 소개된 기부자들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이웃을 돕고 있다.

이웃 사랑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들 기부자들을 보며 이들과는 달리 늘 국민들을 화나게 하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매번 ‘식물국회’, ‘동물국회’라는 비난을 듣지만 당리당략을 앞세우며 여전히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들 말이다. 매번 선거철이면 표를 받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국민들의 머슴이 되겠다, 봉사자가 되겠다”던 그들이 당선된 후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이 행동한다.

일하지 않아도 이들 국회의원들이 받는 세비, 즉 월급은 줄어들지 않는다. 보도를 보니 올해 국회의원 세비는 의원수당과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를 합해 연간 약 1억5176만원, 월 평균 1265만원이란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액 월 환산액 174만5150원의 약 7.25배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국회의원 세비를 최저임금의 5배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은 심 대표를 포함해 10명뿐이었다.

내년 4월 15일엔 제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 국민들은 내년 총선에서 어떤 인물을 선택할까. 늘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고 이웃을 돕는 사람이라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자격은 충분하지 않을까. 이들은 일하지 않고도 부끄러움 없이 세비를 받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

한 해가 저물어간다. 이맘때면 누구나 새해 희망을 생각할 듯하다. 나의 2020년 새해 희망은 꾸준히 이웃을 도와온 분들이 총선 당선자가 되는 것이다.

허철호(사회2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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