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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홍용도 MCF 마하다문화교육센터장

외국인 노동자에 ‘좋은 한국 이미지’ 심는 민간외교관

2008년 다문화 가족 한국어 교육 첫 인연

기사입력 : 2019-12-19 20:55:20

“생각해 보면 짧은 세월도 아닌데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보람있고 재미난 시간을 살았습니다.”

홍용도(67) MCF 마하다문화교육센터 센터장은 2008년 다문화 가족들의 한국어 교육에 인연을 맺은 뒤 10년 넘게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홍용도 MCF 마하다문화교육센터장이 자신의 교육관을 설명하고 있다.
홍용도 MCF 마하다문화교육센터장이 자신의 교육관을 설명하고 있다.

현재 센터장을 맡고 있는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운영기관인 마하다문화교육센터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잘 선택한 일이라고 한다.

돌아보면 직업 교사가 아니면서도 평생을 가르치는 일을 해왔는데, 그 바쁜 와중에도 남을 돕는 자원봉사 활동이 1300여 시간이 넘을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자신의 인생보다 남을 위해 살아온 시간이 훨씬 많지 않을까 싶다.

홍 센터장이 아직까지 열성과 애정을 갖고 활동하는 일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로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한국에 대해서 함께 공부하는 것이다. 그는 지금의 시간이 가장 보람과 긍지를 갖는 부분이라고 자신 있게 답한다.

2011년부터 몸담은 마하다문화교육센터에서 자신과 인연을 맺은 외국인 근로자만 1500여명에 달하지만, 홍 센터장은 이들에게 한국어 자체를 가르치는 일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가 보다 따뜻하고 정겨운 나라임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그것이 곧 외국인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나라에 돌아가서도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전파할 수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민간 외교 활동이 된다는 것이다.

◇다문화 가족과의 인연

강원도 원주가 고향인 홍 센터장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남편이 고향인 진주에서 대학강단에 서게 되면서 1989년부터 진주사람이 됐다.

진주에서 어렵게 사회복지 전문요원으로 별정직 7급 공무원이 됐지만, 당시 누구나 그랬듯이 육아와 일을 병행하지 못하고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직했다.

애들이 조금 자라고 나서, 전공을 살려 초중고 학생들의 독서 및 글쓰기를 돕는 논술학원을 한동안 운영했다.

이 무렵 초중고 교사 직무교육 연수 때 여러 교육청에서 논술의 이해와 실제 주제의 강의를 했고, 공무원 연수원에서 공무원 직무교육 강사 활동도 했다.

학원을 접고 50대 후반에 평생교육을 요구하는 사회환경에 따라 교육자 자질 연마를 위해 배움의 길에 나섰다. 계명대학교에서 평생교육을 전공하고, 경력과 실무를 쌓으며 본래의 전공인 국어국문학 외에도 사이버로 공부한 평생교육학, 문화예술학, 한국어학 등 학사학위를 4개나 취득했다.

이때부터 주로 다문화교육과 관련해 이주여성이나 국내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강의해 왔다.

홍 센터장이 외국인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은 것은 2008년 진주시가 설립, 운영한 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이주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지도사로 활동하면서부터다.

홍 센터장이 한 학기 수업을 마친 외국인 노동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홍 센터장이 한 학기 수업을 마친 외국인 노동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봉사활동

홍 센터장은 항상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 활동에 적극적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그만큼 할일이 많다고 한다.

결혼 전에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퇴근 후에 ‘서울 생명의 전화’에서 자원봉사요원으로 500여시간을 활동했고, 진주에 정착하고 나서도 800여 시간의 자원봉사 활동을 펼쳤다. 주로 어린이들 대상으로 인성교육에 많이 나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인생 나눔교실’ 멘토 봉사단 일원으로 10대 청소년들과 인물적 소통을 통한 인문가치의 소중한 활동은 매우 보람 있었고, 한국국학진흥원의 유치원 대상 이야기 할머니 활동은 무척 재미있었다고 한다. 특히 ‘이야기 들려주는 할머니’ 활동은 진주에 최초로 뿌리내리게 하면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홍 센터장은 “나는 남의 환경이다”라는 말을 늘 기억하고 산다고 한다.

홍 센터장이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홍 센터장이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홍 센터장이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홍 센터장이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MCF 마하다문화교육센터

정부가 시행하는 다문화 관련 사업은 여러 가지 있지만, 마하다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이다.

수강생들은 베트남,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20여 개국으로 다양하다. 한 반에 20명 정원으로 5개 단계의 코스가 개설돼 있고, 1년 3학기, 한 학기 100시간 이수 후 시험을 거쳐 다음 코스를 밟는다.

센터는 외국인 근로자의 조건에 맞춰 일요일 전일제 수업을 진행하면서 수강생들의 인기가 매우 높다. 수강신청이 시작되면 단계별 20명 정원의 5개 반이 5분 안에 신청이 마감될 정도다.

홍 센터장이 센터를 처음 개설했을 당시에는 수강생 모집을 위해 기업이나 근로자 숙소를 방문해야 할 정도였으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 역전됐다.

당시 수강생들의 출석률이 낮아 유급하는 경우가 속출했으며, 도내 각지에서 오는 수강생들을 위한 편의시설 부족으로 학생 만족도도 높지 않았다.

다행히 이들의 간식, 시설확충을 위한 자원봉사가 큰 도움이 됐다.

수강생들의 한국어 교육에 대한 열의가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은 법무부가 인정하는 한국어 실력에 따라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것도 원인이다.

센터는 법무부에서 강사료를 지원하고 있지만 대부분 후원과 자원봉사활동으로 운영되고 있다.

◇홍 센터장의 교육관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자신의 하고 있는 일을 단순히 한국어를 가르친다는데 있지 않고, 한국의 문화, 한국인의 심성과 안정을 전하고자 하는 신념이다.

가르치는 사람보다 그들이 기댈 수 있는 따뜻한 어머니의 심정으로 그들을 대한다.

그들이 한국에서 머물다가 자신의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 센터에서 경험한 일들을 바탕으로 아름답고 보람 있는 한국생활이 기억되길 바란다. 한국은 좋은 나라, 한국은 아름다운 심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사는 나라라는 것을 가슴에 새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들을 가르친다. 홍 센터장은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지만 그들에게서 배우고 느끼는 것이 더 많다고 한다. 국민소득이 낮은 국가 출신일수록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순수하다고 설명한다.

자신이 가르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하다문화교육센터라는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인간의 의식과 환경의 관계를 깨닫기도 한다고 한다. 외국인 근로자들을 통해 자신도 많은 것을 배운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도, 가장 보람 있는 일도 지금의 일이라고 서슴지 않고 대답하는 홍 센터장은 올해 67세로 적은 나이가 아니지만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한 걸음씩 나아가 일정한 성과가 날 때까지 노력하는 것도 즐거움을 제공한다. 지금은 평생학습 시대이다”라고 말한다.

글·사진= 강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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