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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전쟁·국가 멸망… 역사를 움직인 ‘세금 폭탄’

■ 탈세의 세계사

고대~현대사 영향 미친 세금 이야기

기사입력 : 2020-01-03 07:55:35

고대 로마 제국 멸망, 스페인의 몰락, 미국 독립전쟁, 프랑스 혁명…. 이런 굵직굵직한 세계사의 이면에는 부자들의 세금 회피와 서민들에 대한 증세가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세계적인 부호 로스차일드 가문도 소득세와 상속세로 쇠퇴했고, 세기적인 그룹 비틀스도 납세를 회피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짰지만 결국 해체의 길을 택했다. GAFA, 즉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조세피난처에 회사 주소지를 두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모두가 세금 때문이다.

인류 역사에서 국가가 세워진 이래 ‘세금 제도’와 ‘탈세’는 세계사의 흐름과 인류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한 국가의 정부는 ‘세금을 징수하고 사용하는 주체’라고도 할 수 있다. 국가 융성과 세금은 불가분의 관계다. 세계사에 등장하는 강대국은 모두 효율적인 조세 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합리적 조세 제도가 흔들릴 때 국가도 쇠퇴하기 시작한다.

‘세금’의 그늘에는 반드시 ‘탈세(脫稅)’가 존재한다. 세금이 만들어짐과 거의 동시에 탈세도 잉태했다. 이 탈세가 만연할 때 무장봉기, 혁명, 국가분열과 붕괴 등 대변동이 일어난다.

세금 제도의 역사와 문제점을 오랜 세월 동안 전문적으로 조사, 연구해 온 전직 세무조사관인 저자는 이 책에서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금이 국가와 세계사의 방향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를 진지하게 고찰한다. 더불어 ‘탈세’가 국가의 흥망과 역사적 사건의 고비마다 어떻게 영향을 미쳐왔는지 살피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일반적으로 역사는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나 큰 전쟁 중심으로 서술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런 역사의 흐름이나 움직임에는 반드시 ‘세금’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치적인 사건과 전쟁은 경제적인 사건의 표층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경제의 경우 세금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어느 누구에게든 ‘세금’은 달갑지 않은 존재이지만 ‘탈세’가 만연할 때 국가는 위태로워진다. 로마제국 붕괴, 미국의 독립전쟁, 중국의 진한교체기 등 역사가 전환기를 맞이한 배경에는 대규모 ‘탈세’와 ‘세제 시스템계의 기능부전’ 문제가 있었다. 국가가 세금을 많이 걷으려다 보면 서민은 피폐해지고 부자는 탈세에 안간힘을 쓴다. 그런 필사적인 탈세가 역사를 움직여, 국가와 제국을 멸망의 위기로 몰아갔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국가가 쇠퇴할 때에는 세금이 크게 관련되어 있다. 부유층과 특권계층이 세금을 회피하고 그 부담이 서민에게 전가되어 빈부 격차가 확대되고 서민의 생활이 어려워지면 국력이 쇠퇴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 타국으로부터 침공을 당하면 국가가 붕괴하게 된다. 세계사에 등장하는 강대국들이 쇠퇴할 때에는 대략 이런 패턴으로 몰락했다”고 주장한다. 즉 부유층으로부터 세금을 징수하지 못했을 때 국가는 멸망하는 것이다.

최근 20년간 세계적으로 대기업, 부유층의 세금은 대폭 낮아졌다. 반면에 서민에게 부담이 되는 소비세가 도입되어, 세율이 점점 높아져 가고 있다. 스페인이 소비세 때문에 쇠퇴한 것처럼 소비세라는 것은 국민의 경제력과 노동력을 빼앗는 세금으로 양극화를 조장했다. 사회의 양극화는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많은 젊은 부부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둘째를 단념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만약 이대로 소비세 중심의 세금 시스템을 지속해 나간다면 세계 경제는 분명히 쇠퇴해 갈 것이다. 조속히 소비세 중심의 세금 시스템을 폐지하고 부유층과 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제대로 징수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무라 오지로 지음, 진효미 옮김, 더봄, 1만7000원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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