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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직장 내 괴롭힘’ 여전… 노동부 적극 개입을

김해·밀양 등 잇따라 문제 불거져도

사측 자체조사 그치며 법 ‘유명무실’

기사입력 : 2020-01-08 20:52:09

창원경상대병원의 직장 내 괴롭힘이 제기된 가운데 지난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6개월이 지나도록 도내 직장 내 괴롭힘 사례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어 노동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믿을 수 없는 조사= 직장 내 괴롭힘법에는 회사는 피해자가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해 조사를 요구하는 경우 지체 없이 조사에 착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사가 사내 자체조사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결론이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어 이 법의 한계점으로 꼽히고 있다.

8일 민주노총 밀양시지부는 지난해 12월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년노동자 A(32)씨의 죽음이 직장인 갑질로 인한 사망사건이라며 A씨가 일하던 밀양 중견기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해당 기업은 지난해 12월 30일 자체조사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밀양시지부가 8일 밀양시 한국화이바 앞에서 직장갑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고비룡 기자/
민주노총 밀양시지부가 8일 직장갑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고비룡 기자/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 기업의 직장갑질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을 넘어 한 청년노동자가 버티지 못할 정도로 자행됐는데도 이 기업은 자체조사를 통해 직장갑질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고인의 죽음을 개인의 일탈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해 김해 한 제조업체에서 일어났던 화장실 통제 논쟁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관련 조사를 사내에서 실시했지만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제보자만 피해 가중= 신고해도 자체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없다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으면서 도리어 제보자만 피해를 입는 경우가 생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직장 내 불공정한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전문가들의 피해 상담을 해주는 직장갑질119에는 사내에서 신고처리를 부적절하게 진행하고, 처리를 지연시킴으로써 피해자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신고도 잦다. 이 때문에 1차 사측의 조사를 거쳐야 하지만 이를 믿지 못해 노동부에 진정을 넣는 등의 조치를 함께 취한다. 창원경상대병원 의사로부터 갑질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간호사들도 지난 6일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서를 냈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김성대 정책국장은 “먼저 사업장 대표자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해 회사의 자정 능력을 통해 내부 폐해를 도려내자는 것이 취지인데 사측이 정확하게 조사해 문제를 진단,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팔이 안으로 굽게 되는 것이 문제다”고 밝혔다.

◇노동부 적극적으로 나서야= 이 때문에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근로감독관들의 직무규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해서는 근로감독을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직장갑질119 오진호 운영위원은 “기껏 제보자가 용기 내어 신고를 했는데 회사가 이를 뭉개고, 제보자에 불이익을 주면 법이 정착될 수 없기에 행정기관인 노동부에서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기·고비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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