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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젠더 화장실- 김희진(정치부 기자)

기사입력 : 2020-01-14 20:25:06

지난해 취재차 스웨덴과 덴마크에 갔을 때 일이다. 화장실을 가려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마음은 급해지고 결국 직원에게 물었는데 그가 가리키는 곳은 ‘설마 화장실이 아니겠지’ 하며 여러 번 그냥 지나쳤던 곳이었다. ‘toilet’이란 단어도 없고 무채색 사람 기호만 있는 표지판인데다 남성, 여성이 모두 들락날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심 반 두려움 반으로 문을 열었더니 화장실 안에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한줄서기를 하고 있었다.

▼두 나라의 화장실은 겉모습뿐 아니라 속도 우리의 것과 조금 달랐다. 화장실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용변기, 지지대, 기저귀 교체대, 세면대 등이 갖춰져 있는 하나의 독립된 공간이었다. 당시 문화적 충격을 받았지만 나중에야 이 화장실이 ‘모든 젠더 화장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말 그대로 모든 ‘성’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인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성별에 상관없이 각각 존중하기 위해 유럽과 미국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성별, 장애인용 등으로 구분돼 있는 우리나라 공중화장실을 사용하면서 부끄럽게도 한 번도 화장실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일 거라고 생각한 적 없다.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 작가 김지혜 교수는 이런 것을 평범한 사람들이 가진 특권이라고 정의했다. 특권을 갖지 못한 사람의 입장을 겪어보지 않아 그것을 특권이라 인지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차별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최근 뇌성마비를 가진 한 유튜버가 운전연수를 하는 영상을 온라인 채널에 올렸다가 온갖 혐오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운전하는 그를 본 사람들은 도로 위에 나가지 마라, 도로 위의 살인자다…와 같은 악성 댓글을 거침없이 달며 ‘악의적 차별주의자’가 됐다. 비장애인 차량운전자는 장애인 운전자보다 우등한가? 분명한 것은 선·후자 모두 정식 면허증을 땄다는 것이고, 도로 위에는 몸이 불편한 운전자보다 보복운전, 교통법규 위반을 일삼는 안전의식이 결여된 운전자가 훨씬 더 많고 이들이 당신에게 더 위험한 존재라는 것이다.

김희진(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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