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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53) 제25화 부흥시대 63

“그놈의 전쟁!”

기사입력 : 2020-01-17 07:54:33

이재영은 천막학교를 볼 때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전쟁 중에 학교에 보내서 무엇을 배우겠는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었다.

“국가가 부흥하려면 문맹이 없어져야 합니다.”

이재영은 그의 말에 동의했다.

“전쟁이 끝난다면 한국은 건설, 해운, 철도, 자동차, 선박 등 할 수 있는 사업이 많을 것입니다.”

홍콩의 경제인들은 이재영에게 한국의 부흥에 대해서 많은 조언을 했다. 이재영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흥이라는 말이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는 것을 느꼈다.

이재영은 한국에 돌아가면 경제에 대해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단순하게 장사꾼이 아니야.’

이재영은 그들에게 술을 권했다. 점심 때라 술은 부드럽고 알코올이 낮은 와인을 마셨다. 그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면서 전쟁이 끝나면 한국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들은 이재영에게 호의적이었다. 로버트는 자신의 방직공장을 견학시켜 주겠다고 했고 매튜는 백화점을 방문해 보라고 권했다.

홍콩 경제인들을 만난 뒤에 이재영은 호텔에 돌아와 쉬었다.

홍콩 경제인과의 만남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밤에는 박민수 등과 중국의 야시장을 구경했다.

야시장의 먹을거리와 공연 등을 보면서 홍콩의 자유로운 모습이 부러웠다.

야시장을 들러본 뒤에 거리의 목로주점에 앉아 술을 마셨다.

“회장님, 홍콩에 오신 소감이 어떻습니까?”

박민수가 이재영에게 물었다.

“자유로운 것 같아 너무 좋네.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편해 보여.”

홍콩인들의 표정이 밝아 보였다.

“중국 본토는 공산화가 되어서 어렵다고 합니다. 본토에 비해 홍콩은 천국이라고 합니다. 중국인들이 자꾸 홍콩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싫어하는데 권력자들은 왜 공산주의를 하는지 모르겠어. 지구의 반이 공산화되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이재영은 중국이 공산화되었다는 사실에 씁쓸했다.

“유럽의 절반이 소련에 넘어갔다고 합니다. 동서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말도 있습니다.”

“동서전쟁?”

“서유럽과 동유럽이 전쟁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놈의 전쟁…!”

이재영은 고개를 흔들고 술을 마셨다.

“회장님, 아무래도 미국도 한번 다녀오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미국에?”

“미국까지 가려면 배로 한 달이 걸리기는 합니다. 왕복 두 달이 걸리는 셈이지요. 그래도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인 미국을 보아야 하지 않습니까?”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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