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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이종구(김해본부장·국장)

기사입력 : 2020-01-19 20:38:14

민족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설날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설은 음력으로 한 해의 첫날임을 뜻하는 말이다. 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보면 설은 설명절이라고도 하거니와 설명절은 하루에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설이란 용어 자체는 정월 초하룻날, 하루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실제 명절은 대보름까지 이어졌다. 농경시대 우리 민족에게는 정월대보름도 설날 못지않은 명절로 여겼다. 설날은 한 해가 시작하는 첫 달의 첫 날로서 중요하며 보름명절은 농경성(農耕性)을 반영해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다.

▼모두가 설에 대한 기억이 다르겠지만, 설을 생각하면 유년시절 부모님 따라 큰아버지댁으로 차례 지내러 가던 산 속 작은길이 먼저 떠오른다. 40~50년 전에는 겨울이 왜 그리 추웠던지, 3㎞ 남짓 거리의 큰댁까지 아침 오솔길을 걷다보면 온 몸이 꽁꽁 얼어붙었다. 그래도 할머니나 큰아버지께 세뱃돈 받을 생각에 종종 걸음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는 설날 큰댁까지 앞서 걸어시던 아버지의 하얀색 도포자락이 머릿속에서 나풀거린다.

▼아버지 돌아가신 뒤 전통을 잇는답시고 설날 아침 고향에서 50여㎞ 떨어진 사촌형댁까지 차례를 지내러 다녔다. 아침 일찍 도착해 사촌들과 인사를 나누고 조상들 차례를 지낸 다음 다시 50여㎞ 떨어진 고향집으로 달려와 아버지 차례를 지내다보면 오전이 후딱 갔다. 쌀쌀한 설날 새벽 왕복 100㎞ 짧지 않은 길을 혼자서 운전하다보면 스스로 조상을 잘 모시는 것 같은 ‘자뻑’에 빠지기도 했다.

▼지난해 초 결혼한 딸아이가 설날 아침 고향 집으로 할머니 보러 오겠다고 연락이 왔다. 전날 시댁에 들러 차례를 지내고 아침에 남편과 함께 오겠다는 것이다. 사위와 합의를 봤다고 한다. 딸, 사위와 함께 설날을 보내는 것은 물론 아버지 산소를 찾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따뜻하다. 설날이 되면 아내와 남편, 시어머니 모두 명절증후군으로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는다는 세상이지만 왠지 올해 설은 설렌다.

이종구(김해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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