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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54) 제25화 부흥시대 64

“나를 보필해서 뭐하게?”

기사입력 : 2020-01-20 07:57:55

박민수는 영국에 유학을 다녀왔다.

“영국보다 큰 나라인가?”

“영국보다 100배는 클 것입니다.”

“언젠가 한 번 가보기는 해야겠네. 홍콩에 와서 새삼스럽게 세상이 넓다는 것을 실감했어. 경제인들도 많이 만나고….”

이재영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람들은 여행을 하면서 성장한다.

“회장님, 미국에 가실 때는 저도 데리고 가세요.”

김연자가 생글거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사람들이 일제히 김연자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일행 중에 가장 젊었으나 활발했다.

“연자를?”

“네. 저도 세상을 알아야 회장님을 잘 보필하죠.”

“시집은 안 가고 비서만 할 생각인가?”

이재영이 웃으면서 물었다.

“회장님 보필하는 게 좋아요.”

“나를 보필해서 뭐하게?”

“회장님이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핫핫! 말이라도 고맙네.”

이재영은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직원들도 모두 웃었다.

“자네들은 홍콩을 본 소감이 어떤가?”

이재영은 박민수가 데리고 온 직원들에게 물었다. 직원은 이학수라는 자와 정태섭이라는 자였다. 이학수와 정태섭 모두 학도병 출신이었다. 그들은 전쟁이 발발하자 군대에 나갔으나 부상을 당해 제대했다. 일본군으로 나가고 한국군으로 나갔다. 두 번이나 전쟁에 나간 셈이었다. 부상을 당해 제대했으나 활동을 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저는 학도병으로 버마에 끌려갔는데 밀림에만 있다가 포로가 되었습니다. 버마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릅니다. 홍콩을 보고 진짜 외국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학수의 말에 모두 웃었다.

“음. 자네는?”

“저는 일본에 있었습니다. 일본은 통제가 엄청 심했는데 홍콩은 자유로운 것 같습니다. 이런 자유로운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정태섭이 말했다.

“자유로운 것은 좋은데 홍콩도 통제하는 것이 있어.”

박민수가 말했다.

“무슨 통제가 있습니까?”

정태섭이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홍콩은 돈이 통제하고 있어. 다시 말하면 부자들이 다스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영국은 어떻습니까?”

“귀족들이 다스리지. 이제는 평민의 시대가 열리고 있어. 2차대전이 영국을 바꾸어 놓은 것 같아.”

이재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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