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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치매, 더 이상 남이 아닌 나의 얘기

기사입력 : 2020-01-20 07:58:53
김혜진 희연병원 작업치료계장
김혜진 희연병원 작업치료계장

최근 TV나 영화 소재로 많이 볼 수 있는 치매. “나는 아니겠지”, “우리 부모님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던 치매는 더 이상 남이 아닌 나의 얘기일 수도 있다. 2018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치매환자는 75만명으로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4년 100만명, 2039년 200만명, 2050년에는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치매는 정상적으로 생활해오던 사람이 후천적인 외상이나 질병 등의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뇌기능이 손상되면서 이전에 비해 인지 기능이 저하되어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순간적으로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 정도로 증상이 그다지 심하지 않은 건망증이나 경도인지장애를 거친 이후에 본격적으로 진행하며, 점점 오래 전 기억도 제대로 떠올리지 못한다. 또한 기본적으로 알고 있었던 밥 먹기, 옷 입기, 화장실 이용하기 등의 일상생활 정보까지 기억하지 못하여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치매는 가급적 조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병원에서는 치매선별검사를 위하여 간이 정신상태검사(MMSE)로 지남력, 기억등록, 주의집중 및 계산, 기억회상, 언어 및 시공간 항목을 평가한다. 치매선별검사에서 인지기능 저하가 의심되는 환자는 신경심리검사를 통해 주의집중력, 언어기능, 시공간기능, 기억력, 전두엽/집행기능 등 5개 주요 인지영역을 포함한 다양한 소항목 평가를 시행하여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가 정상적인 노화과정인지, 치매에 해당되는 인지적 손상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좋다.

인지기능 증진을 위해서 작업치료사가 손상영역에 초점을 맞추어 과제를 이용한 인지재활뿐만 아니라 환자의 주의력, 기억력, 문제해결능력 등 인지기능을 증진시키기 위해 전산화 인지재활을 시행하고 있다. 또 수저를 사용하여 식사훈련, 옷 입고 벗는 훈련, 개인위생 관리를 위한 훈련 등의 실질적인 일상생활수행 훈련을 통하여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치매가 진행함에 따라 인지기능 저하뿐만 아니라 우울, 배회, 불안, 공격, 망상 등의 비인지성 증상인 행동심리증상(BPSD)이 발현된다. 치매환자에게 BPSD는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며, 현재 환자에게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 증상이 나타나는 원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적절한 대처를 해주어야 한다. 불안정한 심리는 증상을 악화시키는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본원에서는 심리안정치료실(Snoezelen)을 운영하여 시각, 청각, 촉각, 후각, 고유수용감각, 전정감각 등의 감각자극을 통해 기분 좋은 경험을 함으로써 긴장 완화 및 정서적 안정을 유도해 BPSD를 완화시키고 있다.

치매는 숨기는 것이 답이 아니다. TV나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병이 아닌 바로 이웃, 우리가족 또는 나의 얘기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임을 인식하는 긍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또한 “기억은 잃어도 인생을 잃은 것은 아니다.”라는 말처럼 치매환자의 삶을 존중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혜진 희연병원 작업치료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