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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55) 제25화 부흥시대 65

“건물이 굉장히 높습니다”

기사입력 : 2020-01-21 07:59:22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한국은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이재영은 이튿날부터 홍콩의 경제상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홍콩은 영국이 다스리고 있기 때문에 자유무역을 하고 있었다. 거리의 시민들도 자유롭게 장사를 하고 있었다. 어쩐지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나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활기차 보였다.

한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있었다. 거리에 실업자가 넘치고 일자리는 없었다.

이재영은 홍콩의 백화점과 방직공장, 화장품공장, 제당공장 등 많은 산업시설을 견학했다. 홍콩 경제인인 왕산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재영은 왕산과 함께 그가 짓고 있다는 호텔도 구경했다.

“건물이 굉장히 높습니다.”

이재영이 골조공사가 한창인 건물을 보고 저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건물은 45층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하. 내가 호텔을 짓고 있습니다. 그런데 호텔을 짓는 돈이 만만치 않습니다. 건설회사가 엄청난 돈을 벌고 있습니다. 미국은 더 높은 건물이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뉴욕에 있는 크라이슬러 빌딩은 1930년에 완공되었습니다. 20년이 넘었는데 77층이나 됩니다. 1931년에 완공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102층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지요. 미국에 비교하면 홍콩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뉴욕에 가보셨습니까?”

“아닙니다. 못 가봤습니다.”

“꼭 가보세요. 왜 미국이 2차대전에서 이겼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건물이 무너질 가능성은 없을까요? 태풍이나 지진으로….”

이재영은 수십 층 건물이 우뚝 솟아 있는 것이 위태로워 보였다.

“하하. 수백 년 동안 끄떡없을 것입니다. 건설은 아주 매력적인 산업입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산업이니까요. 백화점은 소비재를 판매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왕산은 건설에 대해서 자세하게 이야기를 했다. 이재영은 그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왕 선생, 한국의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한국은 전쟁이 끝나면 부흥이 시작될 것입니다. 부흥을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영국신문은 건설이라고 합니다. 한국은 앞으로 건설이 산업을 이끌게 될 것입니다. 전쟁 직후의 부흥은 건설입니다. 시멘트, 석재, 목재 관련사업도 크게 발전할 것입니다. 건설은 공공부문 사업이 주를 이룰 건데 단위가 아주 큽니다. 몇백억, 몇천억짜리 공사가 아주 많을 것입니다. 공사는 정부에서 발주하게 되는데 도로건설, 정부 건물, 학교, 병원, 교량 건설 등 토목과 건설이 한국의 전체 산업을 이끌게 될 것입니다. 전쟁 중인 한국이 무슨 돈이 있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미국이나 서방국가들이 많은 원조를 할 것이라고 합니다.”

왕산이 열변을 토했다. 이재영은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자 눈앞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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