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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론스타 파문- 김종민(편집부 차장대우)

기사입력 : 2020-01-21 20:20:45

끝난 줄 알았던 론스타 국부유출 사건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IMF로 취약해진 금융 시스템 속에서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해 2012년 하나금융에 매각하기까지 4조6000여억원을 벌었던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매각 후 제기한 ISD(투자자 국가 간 분쟁)가 그 문제의 중심이다. 론스타는 한국정부 탓에 매각이 지연돼 한화 5조4000억원을 손해봤다고 주장했다. 10조원을 벌 수 있었는데 5조원밖에 벌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 분쟁은 처음부터 성립될 수 없는 것이었다는 주장이 있다. 전문가들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것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말한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것이다. 산업자본, 즉 ‘비금융 주력자’는 은행법상 은행 주식을 4% 이상 가질 수 없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매각할 때까지 끊임없이 쟁점이 된 것도 ‘산업자본’ 문제다.

▼전문가들은 론스타와의 분쟁에서 이 산업자본 논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론스타라는 산업자본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것 자체가 국내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분쟁이 각하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ISD 대응 문건에는 산업자본 논리가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최근 KBS 보도에 따르면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있었다. 하지만 당국은 이 사실에 관한 확인을 거부했다”고 전한다. 확실한 방어무기가 있는 정부가 그 무기를 쓰지 않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론스타가 제시한 분쟁가액도 심각하게 뻥튀기됐다. 론스타가 매각 지연으로 손해를 본 건 1조원 미만인데 5조원 이상을 손해봤다고 주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을 5배 이상 요구한 것처럼 일단 요구액을 높게 제기한 후 협상을 통해 원하는 금액을 받아내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성립되지 않을 분쟁이 제기된 것이나, 분쟁가액을 뻥튀기한 것으로 보면 그들 눈에는 한국정부가 만만한 호구로 보였을까. 정부의 대응을 지켜볼 일이다.

김종민(편집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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