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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주민이 공감 못하는 교명- 김석호(양산본부장·국장)

기사입력 : 2020-02-02 20:33:25

인구가 거의 2만5000명에 이르고 있는 양산신도시 동면 석·금산지구는 약 90년 전 메기 등 물고기가 많이 산 늪지대였다. 당시 주민들은 이 늪지를 메기들이라 불렀다. 일제강점기인 1923년에서 1926년 사이 이 늪지대가 간척사업으로 메워져 농지가 됐다. 간척사업에 동원된 일꾼들과 농지를 찾아온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메기들 주변으로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때 생긴 마을이 석산, 금산, 가산이다. 진산 금정산 아래 들어선 3개 마을을 뭉뚱거려 삼산이라고 불렀다.

3개 마을 중 한가운데 있는 금산에 동산초등학교가 1943년 3월 개교해 3개 마을 아이들이 한글을 깨치고 구구단을 외웠다. 현재 19개 학급에 440여명이 다니고 있고 유치원 2개 학급도 운영되고 있다.

최근 신도시가 조성되고 인구와 취학아동이 늘어나면서 지난 2013년 3월 석·금산지구에 석산초가 생겼으나 과밀학급이 돼 추가로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지어져 오는 3월 개교를 앞두고 있다. 중학교는 동면 삼산지역에 최초로 들어서는 것이다.

이들 초·중학교의 교명은 지난해 11월에 지어졌다. 교명은 금오초와 금오중이다. 인근 금오 13길, 15길 등 도로명을 따서 지었다한다. 같은 날 창원 의창초, 김해 율산초, 김해 모산초, 양산 가촌초는 모두 지역 명칭을 따서 지었다. 사람들이 모이고 왕래가 많은 설날에 교명을 두고 이야기가 많았다. 왜 오랜 역사성과 전통성을 가진 지명이나 학교명을 사용치 않고 도로명을 학교명으로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설초등학교는 지역명을 살려 삼산초로, 중학교는 개교한 지 80년 가까이 되는 동산초의 교명을 따서 동산중이나 아니면 지역명을 따서 삼산중으로 했으면 좋았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역과 연관이 없거나 지역현안에 관심을 두지 않는 위원 구성은 교명을 짓는데 큰 하자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일부 주민들은 교명 사용 중지 가처분신청이라도 내고 교명을 다시 검토해 정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명이 정해지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백년을 가는 것이 통례다. 옛날 학교 역할을 한 서원이나 향교가 그렇다.

교명 공모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지역에 애착과 관심이 있는 사람이 교명심의위원이 되는가는 중요하다. 그냥 요식적 행위로 자리해 교명을 정할 일은 아니다. 도로명이 금오이니 그리합시다에 박수칠 일은 아니다는 것이다. 최소한 교명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면 교명 공모와 관계없이 학교가 있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지역의 근대사 정도는 공부를 하고 교명심의에 임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심의 위원보다는 주민들이 공감하고 지역과 조화되는 교명이 좋지 않을까. 양산교육지원청 등 교명을 짓는데 관여한 기관 및 위원회 등이 좀 더 세심한 살핌과 관심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석호(양산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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