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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줄줄이 취소… 멀쩡한 꽃 ‘줄 폐기’

김해 대동면 장미선별장 가보니

보관창고 텅텅… 폐기창고 ‘한가득’

기사입력 : 2020-02-05 20:58:01

5일 오후 장미 선별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김해시 대동농협 수출농산물 공동선별장. 꽃 보관 창고는 휑했으나 꽃 폐기 창고는 버려진 꽃들로 가득했다. 경매에 출하됐지만 수요가 없어 되돌아온 꽃이 많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경남 지역 학교 졸업식이 취소되거나 축소되면서 김해 화훼 농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5일 오후 김해시 대동농협 공동선별장에서 한 직원이 경매에 유찰된 장미를 폐기처분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5일 오후 김해시 대동농협 공동선별장에서 한 직원이 경매에 유찰된 장미를 폐기처분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김해장미공선회에 따르면 1년 중 2월 한 달이 전체 매출의 20~30%를 차지한다. 예년 같았으면 지금 선별장 창고는 꽃으로 가득했어야 했다. 하지만 창고에는 양쪽 벽면 일부에 꽃들이 저장돼 있을 뿐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대부분 학교에서 졸업식이 취소되면서 꽃 수요가 급감했고, 경매 단가가 떨어지자 그나마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화훼 농가에서 출하량 자체를 줄였기 때문이다. 이에 화훼 농가들은 최상품을 제외한 대다수의 꽃을 자체 폐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이곳의 폐기 창고에는 멀쩡한 꽃들이 가득했다.

실제로 최근 3개월 연속 장미 경매 단가는 급락하고 있다. 장미공선회의 국내판매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장미 한 송이의 평균 경매 단가는 1026원이었으나 지난 1월 718원, 2월 440원으로 반토막 났다. 특히 지난해 졸업시즌 단가가 1500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전년 대비 30%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장미 가격이 떨어지며 출하량도 함께 줄었다. 지난해 12월 장미 출하량이 43만본이었으나 1월 37만본, 2월 현재까지는 3만5000여본으로 집계됐다.

김성수 김해장미공선회장은 “예전 같았으면 2월은 꽃 수요가 많아 상품, 하품 가릴 것 없이 팔려나간다. 하지만 요즘에는 최상품도 경매에서 안 팔려 폐기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에볼라, 메르스 사태를 겪었지만 이번처럼 타격이 컸던 적은 없었다. 모든 화훼 농가가 죽을 맛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큰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끝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며 “3월 입학식은 물론이고 5월 가정의 달 전에 사태가 마무리될지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일본 시장도 우리와 똑같은 상황이라 수출 물량도 급감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김해시 관계자는 “사무실 1테이블 1플라워 사업, 화훼류 포장박스비 지원, 화훼 장비 확충, 김해시 꽃축제 추진 등을 통한 꽃 소비 진작 지원을 적극 펼치겠다”며 “화훼 농가를 돕기 위해 배정된 예산 안에서 최대한 지원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해시 화훼 면적은 131㏊로 355개 농가에서 재배하고 있다. 이 중 장미, 국화, 백합, 카네이션 등 절화류 면적은 119㏊, 307개 농가이다. 경남 전체 절화류 재배 면적이 216㏊인 것과 비교하면 김해는 절화류 재배 면적이 도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조규홍 기자 hong@knnews.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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