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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서 도난 ‘목판 문화재’ 되찾았다

경남 유형문화재 ‘권도 동계문집 목판’

분실 3년 만에 문화재청 사범단속반 회수

기사입력 : 2020-02-06 20:49:49

산청군 신등면에서 도난당한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33호 권도 동계문집 목판(權濤 東溪文集木版)이 최근 온전하게 회수돼 원래 보관돼오던 가문의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6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국립고궁박물관 대강당에서 회수된 목판 134점을 언론에 공개하고, 안동권씨 종중에 회수된 목판들을 다시 돌려주는 반환식을 가졌다.

해당 목판은 2016년 6월경 산청군 신등면 안동권씨 종중 장판각에서 보관되어 오다가 도난당한 문화재로,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에서는 2018년 11월경 해당 첩보를 입수한 후 꾸준한 수사 끝에 모두 회수할 수 있었다.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이 회수해 공개한 ‘권도 동계문집 목판’./문화재청/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이 회수해 공개한 ‘권도 동계문집 목판’./문화재청/

수사 결과, 목판을 훔쳐간 이는 종중 사람이었다. 그는 2016년 6월께 종중 관리자가 열쇠를 둔 곳을 미리 알아두었다가, 밤에 몰래 장판각에 들어가 세 차례에 걸쳐 목판을 빼내 충북 충주의 문화재 매매업자에게 1000만원을 받고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자는 목판들을 가게 창고에 숨겨놨다가 1년 전부터 풍문을 입수하고 수소문하던 사범단속반에 지난해 11월 꼬리가 잡혔다. 종중에서는 단속반이 2018년 11월 통보한 뒤에야 도난 사실을 알게 됐다. 종중은 2년2개월 동안 빈 장판각만 지킨 셈이다.

목판이 보관됐던 산청군 안동권씨 종중 장판각.
목판이 보관됐던 산청군 안동권씨 종중 장판각.

이번에 회수된 문화재는 조선 중기의 문신인 동계 권도(權濤, 1575~1644)의 시문을 모아 간행한 책판이다. ‘동계문집목판(東溪文集木版)’은 순조 9년(1809)에 간행되었으며, 전부 8권으로 크기는 52×28×3.0cm 내외다. 해당 목판에는 다양한 글들이 실려 있어 조선 시대의 기록문화를 상징하는 유물로 평가되며, 조선 시대 양반생활과 향촌사회의 모습 등 당시 사회사와 경제사 등 역사 전반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어 문화재 가치가 높다.

정재규 문화재전문위원은 “목판은 후대에 어느 때라도 책으로 펴낼 수 있는 ‘원천 텍스트(text)’이자 매체로서, ‘권도 동계문집 목판’의 경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지정될 수 있는 역사적 가치를 갖고 있다. 하지만 지정을 위해선 유물이 실제로 완전한 체제와 형식를 갖췄는지와 지역사회에서 후학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면서 전승되었는지를 조명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도는 1601년(선조 34년) 진사시에 합격했고, 1613년(광해군 5년) 문과에 급제했다. 인조반정 후인 1623년 6월 승정원 주서로 나간 이후 홍문관, 성균관, 사헌부 등지에서 근무했다. 64세 때는 통정대부(通政大夫·정3품 문관의 품계)에 올라 이듬해 대사간에 제수됐다.

문화재청 측은 “앞으로도 경찰청과 공조해 도난, 도굴, 해외밀반출 등 문화재 사범을 단속하고 문화재 불법유통 차단 등 건전한 유통질서를 확립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소중한 문화재들이 제자리에서 그 가치에 맞는 보존과 활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꾸준히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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