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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전차 국산변속기 개발 정부, 특단대책 마련해야”

S&T重 제품 볼트 불량·생산 중단

1·2차 양산 땐 독일제 장착 납품

기사입력 : 2020-02-09 20:57:59

육군이 운용하는 K2흑표전차의 3차 양산계획이 오는 5월 확정될 예정인 가운데 창원지역 방산업계가 국산 변속기 탑재를 위한 정부의 특단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9일 경남신문 취재 결과 방위사업청은 K2전차 54대 규모 3차 양산을 위해 오는 3월까지 가격조정에 들어가 4월 분과위 회의를 거쳐 5월께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결정할 계획이다.

관심은 K2전차에 ‘국산 파워팩’ 장착 여부다. 파워팩은 엔진과 변속기를 결합한 것으로 전차의 심장 역할을 한다.

K2흑표전차./경남신문 DB/
K2흑표전차./경남신문 DB/

순수 국내기술로 설계·제작된 고성능 전차인 K2전차는 1차 100대를 양산키로 했지만 국산 엔진 및 변속기의 내구도와 성능미달로 사업이 지연되다 2014~15년 ‘독일제 파워팩’을 장착해 전력화했다. 이후 2차 양산분 106대를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순차적으로 납품키로 계약을 맺었지만 국산 엔진과 변속기가 내구도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납품이 지연되다 지난해 중순부터 역시 독일 변속기가 장착된 파워팩이 납품되고 있다.

K2전차는 창원의 두산인프라코어가 엔진, S&T중공업이 변속기를 개발하고 현대로템이 조립, 완성품을 만든다. 문제는 국내 업체들이 7년여 동안 K2전차 엔진과 변속기를 개발했지만 결국 변속기는 국산화에 실패하면서 이번 3차 양산계획에도 반영되지 못하면 국산 변속기 기술은 사장된다는 점이다.

S&T중공업은 자체 연구개발비 306억원과 정부 투자비 542억원을 들여 K2전차의 변속기를 개발했지만 2016년 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총 6번의 내구도 시험 과정에서 볼트가 손상되는 등 불량이 발생한 뒤 개발이 중단됐다. 당시 제작한 변속기의 국산화율은 70% 수준으로 변속, 제동과 관련한 핵심부품은 해외제작사가 만들었고 볼트는 독일산이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산변속기 개발을 위한 실험이 재개돼야 한다는 바람이다. 3차 양산에 국산변속기가 장착돼야 국내 방산기술이 발전할 수 있고, 해외수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S&T중공업 임원이 지난 7일 방위사업청을 방문해 관계자와 면담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위사업청 전차사업팀 관계자는 지난 7일 경남신문과의 통화에서 “다음주 S&T중공업을 찾아 변속기 시험 재개를 위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험기준을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가격을 낮추거나 정비를 자주 하는 조건을 검토할 수 있다”며 “국내 방산업체를 살리는 방안을 최우선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오병후 창원방위산업중소기업협의회 회장은 국산 변속기가 파워팩에 탑재될 수 있도록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회장은 “신제품을 개발하면 작은 결함이 생길 수 있다”며 “국산화를 위해 시행착오를 겪어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고 말했다.

국산변속기 장착이 지연되면서 개발 업체인 S&T중공업은 2017년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현재 생산 재고가 400억원어치에 달하고, 일감이 없어 전체 직원 760여명 중 170여명이 순환휴직을 하고 있다.

김진호 기자 kim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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