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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최전선 창원보건소는 지금

“쓰러지기 일보 직전…” 악조건 속 분투

2015년 메르스 경험… ‘긴장 태세’

기사입력 : 2020-02-11 21:05:24

“눈이 잘 안 떠져서 운전하다 사고날까 봐, 자신이 없어서 그냥 여기서 자고 다시 일하기도 합니다.”

11일 오후 2시 창원보건소 1층 TV에서는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신종 코로나 정례 브리핑이 시작되고 있었다. 30살의 28번째 확진자가 나왔으며 12일부터 홍콩·마카오를 오염지역으로 포함시킨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본부의 지침을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행하고, 현장상황을 다시 본부에 알리는 매개 역할을 하는 곳은 일선 보건소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자가 있었던 창원보건소는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나온 직후인 지난달 21일부터 긴장 태세였다.

11일 창원시 의창구 창원보건소 앞에 설치된 음압텐트에서 방호복을 입은 창원보건소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체 채취 키트를 확인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11일 창원시 의창구 창원보건소 앞에 설치된 음압텐트에서 방호복을 입은 창원보건소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체 채취 키트를 확인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창원보건소 3층 감염병관리담당에는 전화가 계속해서 밀려들었다. 책상 모니터에는 조치 상황 매뉴얼을 적은 메모가 빼곡하다.

“지금은 정말 정신이 없죠, 검사 결과도 기다려야 하니까 걱정도 돼서 집에 빨리 들어갈 수도 없고요.”

3층에 있는 이 팀 5명이 검체 채취와 방역, 접촉자·의심환자(의사환자) 관리를 맡고 있다. 설날연휴도 제대로 보내지 못한 이들은 오전 7시에 출근해서 밤 12시까지 일하기도 한다. 지난 7일, 정부가 감염병 관리가 필요한 대상의 정의를 ‘중국 방문이 없더라도, 신종코로나 유행국을 방문한 이력이 있거나 원인 불명 폐렴으로 의사가 의심환자로 진단할 경우’로 늘리고, 경상대병원에 격리된 의심환자에게만 했던 검체 채취를 보건소에서도 가능케 하면서 최근 업무가 대폭 늘었다. 11일 오전에만 5건의 신종 코로나 검체 채취를 진행한 것을 포함, 7일부터 5일간 28건이 있었다. 24시간 비상 근무자를 두게 되면서 타 부서 직원들도 돌아가며 밤샘 당직을 서고 있다.

보건소 관계자 A씨는 “1대밖에 없는 구급차로 채취 대상자를 데리러 갔다가 보건소 내 음압텐트 내에서 검체를 채취한 다음, 이 채취 세트를 진주에 있는 경남보건환경연구원에 하루 3차례 정도 전달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이 녹록지 않다”며 “검사 결과 음성이 나오더라도 대상자를 14일간 상태를 지켜보고 있어, 저 팀은 정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아직 창원에는 확진자가 나온 상황이 아닌데도 시민들의 불안에 민원도 많다. 이들에게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민원 대응이다. 신종 코로나 관련된 문의는 전부 담당하는 공식적인 창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스크가 없다고 비난을 사기도 일쑤다.

보건소 관계자 B씨는 “욕을 하거나, 검체 채취 대상이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조사를 해 달라는 분들도 계셔서 힘들 때도 있지만, 우리가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있는 곳인 만큼 해결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시민들께서도 개인수칙을 잘 지키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다 함께 극복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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