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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70) 제25화 부흥시대 80

“뭐하는 거야?”

기사입력 : 2020-02-13 08:00:19

박불출의 너스레에 여자들이 깔깔대고 웃음을 터트렸다.

“행장님, 화폐개혁을 한다는 말이 시중에 떠돌고 있던데….”

이재영은 넌지시 박불출을 떠보았다. 박불출의 얼굴이 단박에 굳어졌다.

“극비사항인데 회장님이 어떻게 아십니까?”

“비밀이 어디에 있습니까? 누군가는 흘리겠지요.”

“이 사실이 알려지면 시장이 요동을 칩니다. 회장님께서는 반드시 비밀을 지켜주셔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언제 실시합니까?”

“내년 2월 중에 하게 될 겁니다.”

“돈을 새로 찍어야 할 텐데….”

“극비사항인데 영국에서 찍어 오게 될 겁니다.”

박불출은 화폐개혁을 실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설명했다. 무엇보다 전쟁으로 정부가 돈을 많이 찍어내서 인플레 현상이 심하다고 했다.

“인플레가 그렇게 심합니까?”

“인플레뿐이 아닙니다. 공산당이 서울을 점령했을 때도 돈을 마구 찍어냈습니다. 일제시대 때 찍은 조선은행권을 계속 사용하는 것도 문제가 있고….”

박불출의 말을 들으니 화폐개혁은 반드시 실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재영은 박불출과 내일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박불출이 돌아가자 이재영은 대청에서 비가 오는 것을 내다보았다.

“회장님, 내일 혼자 가셔도 괜찮아요?”

영주가 뒤에 와서 물었다.

“왜? 무슨 일이 있을 것 같아?”

“우리 지배인 보고 모시라고 할까요?”

“괜찮아.”

이재영은 고개를 흔들면서 박불출이 무엇인가 부탁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회장님.”

영주가 갑자기 이재영의 등에 업혔다.

“어, 뭐하는 거야?”

이재영은 손을 뒤로 뻗어 그녀의 엉덩이를 받쳤다.

“회장님, 업어주세요.”

“이런!”

이재영은 웃음이 나왔다. 낮술에 취기가 오른 때문일까. 아니면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기 때문일까. 영주가 교태를 부리고 있었다.

“아이 좋다. 오후에 뭐하세요?”

“쉬어야지.”

“아유. 만날 쉬어요? 밤에도 쉬고 낮에도 쉬고….”

“밤에는 자네 때문에 쉬지 못했는데….”

이재영이 유쾌하게 웃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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