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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성 갈모봉 산림욕장 대체사업 찾아라

기사입력 : 2020-02-16 20:29:02

백두현 고성군수는 고성읍 이당리 일대 62만㎡ 규모의 갈모봉 산림욕장의 체험·체류시설 사업이 중단되자, 혈세를 낭비했고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며 군민들에게 최근 사죄했다. 백 군수가 고개 숙여 사과를 했지만 갈모봉의 체험·체류 조성사업이 중단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 점을 백 군수와 군 관계자들도 알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갈모봉 산림욕장 조성사업은 지난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생태녹색관광자원개발사업으로 선정돼 지원받은 국·도비 19억4400만원을 포함해 모두 45억1000만원을 투입, 올해 완공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업 대상 대부분이 농지로, 농림식품부가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거부하는 바람에 사업은 백지화됐다. 때문에 국·도비는 돌려줘야 하고, 사업 착수도 못한 채 용역비 1억5000만원만 써버린 셈이다.

갈모봉 산림욕장은 체험, 놀이, 휴양하기에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곳이다. 산림욕장에는 30~50년생의 편백나무와 소나무, 삼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방문객들은 “힐링 산책로로 이만한 곳이 없다”며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방문객들이 이처럼 호평하는 것은 수종의 63%가 피톤치드 방출량이 많은 편백나무들로 심어져 있는데다 흙이 부드러워 산책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문광부의 사업대상지에서 제외됐어도 ‘힐링 갈모봉’은 변함없이 자연 그대로이며, 찾는 이들이 힐링을 즐기는 것도 변함이 없다.

백 군수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겠다”, 군 관계자도 “당장은 추진동력을 잃었지만 기회가 있다”고 말한 것이 주목된다. 농업진흥지역에 묶여 당초 계획한 사업에는 차질이 생겼지만 예컨대 ‘문학과 그림이 있는 산책길’, 물놀이장, 선진형 체험장 등을 조성할 수 있다. 이외에도 숲과 휴양 전문가들의 아이디어를 모으면 미처 생각지 못한 갈모봉 산림욕장이 탄생할 수 있다. 가장 위험한 곳으로 침투하는 게 가장 안전하듯이, 많은 제한이 있는 곳에 더 좋은 사업이 창출될 수 있다. 고성군은 이 기회에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당초 계획보다 더 나은 갈모봉 산림욕장을 조성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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