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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양산을 출마’ 한국당 미묘한 기류

황교안 “혼자 판단으론 안돼” 제동

홍 “文 정권 심판” 민심 탐방 시작

기사입력 : 2020-02-16 21:00:15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4·15 총선에서 밀양·의령·함안·창녕 ‘고향 출마’ 대신 양산을 선거구 출마를 역제안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에 대해 “혼자 판단하는 대로 되는 건 아니다”고 제동을 걸었다.

황 대표는 지난 14일 SBS 8시 뉴스에 출연해 ‘홍 전 대표의 양산을 출마 의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더 필요한 장소도 있고, 또 지금 얘기하는 그런 곳도 갈 수가 있겠지만, 당과도 협의해야 한다”면서 “그런 과정에서 최적의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기존 입장대로 홍 전 대표의 수도권 차출을 밀어붙일 가능성도 염두에 둔 발언이란 해석이 나온다.

홍 전 대표는 공관위의 고향 선거구 출마 불가와 수도권 차출 압박이 거세지자 양산을 선거구는 문재인 대통령 사저가 있는 만큼 경남에서도 험지에 속한다며 당 지도부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제안했다. 그는 당과 협의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지난 13일부터 PK(부산·울산·경남) 전체 지역의 민심 탐방과 총선 광폭 행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난 14일에는 양산 통도사를 방문했다. 그는 “경남에 불자가 많은데 그 불심 전체를 좌우하고 상징하는 곳이 통도사이기 때문에 왔다”고 했다. 또 “밀양·창녕·함안·의령 지지자들을 만나 ‘당이 어려우니 경남 험지로 분류되는 곳에 내가 자처했다’, ‘당이 받아주면 양산을로 갈 수밖에 없지 않으냐’며 지역민에게 양해를 구했다”고도 했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14일 오전 경남 양산시 통도사를 방문해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14일 오전 경남 양산시 통도사를 방문해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 대표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홍 전 대표의 양산을 출마 요청이 받아들여질지는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다 홍 전 대표가 그동안 황 대표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자신의 고향 출마에 제동을 걸었던 황 대표를 비판하면서 지도부의 선거 전략을 끊임없이 공격했다. 황 대표를 겨냥해 “선거를 해본 사람이 선거 지휘를 하는 것이지 자기 선거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선거 지휘를 하겠다는 것도 얼마나 난센스인가”라고 했다. 또 당내 친박(박근혜)계를 겨냥해 “정치 초년생을 데리고 와서 그 밑에서 딸랑거리면서 그렇게도 국회의원 한 번 더 하고 싶으냐”고도 비판했다. ‘정치 초년생’은 입당 43일 만에 당의 수장이 된 황 대표를 지칭한다. 당의 수도권 출마 요구와 관련해서는 “황교안 대표 백댄서를 하라는 거냐”고 반발했다.

앞서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도 홍 전 대표의 양산을 출마 선회에 대해 “‘잘못된 장소’를 벗어나겠다는 의사를 피력함으로써 절반의 수확은 거뒀다”면서도 “지역은 공관위에서 논의를 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관위가 홍 전 대표의 양산을 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공관위는 18일 경남과 부산·울산, 19일 대구·경북 공천 신청자들을 대면 검증한다. 면접이 완료되면 홍 전 대표 출마지역에 대해서도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상권 기자 s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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