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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대책 무용지물… 아이 안낳는 경남

■ 합계출산율 0.99명 시대

다양한 출산장려정책에도 상황은 갈수록 악화

기사입력 : 2020-02-16 21:09:45

경남의 출생아 수가 계속 줄어들면서 경남지역 합계출산율이 1명 밑으로 떨어지는 것은 예견됐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3분기 경남의 합계출산율은 0.99명으로, 2008년 합계출산율 조사 이후 처음으로 1명 밑으로 떨어졌다.

정부에서 출산장려정책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구호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에서도 난임 부부 시술비 확대지원, 다자녀가정 우대카드 대상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자료사진./픽사베이/

◇실태=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19년 11월 기준 경남의 전체인구는 343만 9107명으로 전년 동기 344만8746명보다 9639명(-2.8%)이 줄었다. 2019년 경남의 출생아 수는 1만9570명으로 역대 최저치로 전년 2만1224명보다 1654명(8.5% )이 줄어 들었다.

시군별 출생아 수로는 창원이 6327명으로 가장 많았고, 김해 3492명, 양산 2736명, 진주 2012명, 거제 1629명의 순으로 집계됐다. 출생아 수가 적은 지역으로는 의령군이 한 해 동안 100명을 넘기지 못했다. 92명으로 가장 낮았고, 남해 121명, 함양 131명을 기록했다.

출생아수가 계속 줄어들면서 소멸위험 지역도 늘어나고 있다. 도내 18개 시군 중 30년 안에 사라지는 소멸위험(고위험·진입) 시군에 의령·산청군 등 12개 시군이 포함됐다. 도내 313개 읍면동 중 151곳이 소멸 고위험군에 속한다. 1년 전 130곳에서 21곳이 늘었다. 여기에 소멸위험진입 66곳을 합치면 217곳으로 전체의 69%를 차지한다. 경남 전체의 절반 이상이 30년 안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창원시도 ‘보통’에서 ‘주의단계’로 바뀌었다.

경남도가 최근 도민 주거지 중심의 생활과 만족도, 주관적 의식에 관한 ‘2019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민이 생각하는 저출산의 주된 요인으로 ‘자녀 양육의 질적 수준 및 부담의 증대’(22.6%), ‘경제 침체 및 직장 불안정’(21.3%), ‘결혼 가치관 변화’ (19.2%), ‘여성의 경제활동 증대’(16.6%), ‘일과 가족의 양립문제’(15.2%)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저출산 해결방안으로는 ‘가정과 직장생활의 효율적 병행을 위한 양육시설 확충’(30.9%), ‘자녀양육부담 경감 제도 추진’(22.9%), ‘자녀양육 관련 직장의 지원’(21.0%), ‘혼인 및 가족 가치관 정립을 위한 사회제도적 지원’(16.1%), 자녀출산 부담 경감 제도 추진(7.3%) 등으로 분석됐다.

◇출산장려 정책= 지난 10년간 정부는 저출산 대책에 143조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세계 최저 출산율이 보여주듯 상황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남도는 2018~19년 저출산 대책 사업(인구정책·출산장려)에 272억여원을 투입했다. 인구정책에 10억 4000만원 상당을, 출산장려에 261억 6000만원을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미미하다.

도는 출산장려를 위해 산부인과 병·의원이 없는 군 지역 임산부 등 취약지 여성의 의료서비스 지원을 위한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다. 또 올해 하반기 의령군에 기존 보건소의 임산, 출산, 영유아 관련 지원 사업과 연계해 돌봄, 육아서비스까지 한 곳에서 지원할 수 있는 ‘맘편한 보육센터’건립비를 지원할 계획이며, 내년에는 밀양에 취약계층이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 가능한 ‘공공산후조리원’을 시범 설치 후 성과 분석을 통해 권역별로 설치할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신규사업으로 지난해 9월 정부의 난임 부부 시술비 지원사업 외에 소득 기준을 초과한 난임 부부에 대해 도 자체적으로 시술비를 확대 지원하며 올해는 난임진단을 위한 진단비도 부부당 20만원 이내에서 지원한다. 또 다자녀가정 우대카드 대상확대, 임산부 우대적금 출시, 임신부 풍진 검진 사업,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 지원, 선천성 대사이상 검사와 환아 관리, 영유아 건강검진,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 등 다양한 출산장려 정책을 시행 중이다.

각 시군에서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출산장려금을 적게는 5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지급하고 있으며, 출산축하금, 양육수당, 진료비, 보험료, 학습비 등 다양한 출산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도지사 직속으로 경남도 저출생·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해 저출생 등 인구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정책을 발굴·추진한다. 부서 간 또는 유관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주요 정책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조율할 예정이다.

◇경남형 인구정책 수립= 경남도는 보다 근본적인 인구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미래 인구맵’을 만들고 있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를 책임 연구원으로 서울대학교 연구팀과 경남연구원이 협업해 경남의 인구 진단, 인구 추계 모니터링을 위한 예측모형 설계, 시나리오별 인구변화 예측, 생활권역 설정 등 연구용역 전반에 대한 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경남도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경남 실정에 맞는 경남형 인구정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경남 권역별 인구 진단을 통해 경남의 주요사업과 연계한 미래 인구구조 변화에 맞춘 정책 방향과 관련 조직을 개편하고, 기존의 저출생고령사회정책관실 인구전략담당은 정책기획관실 인구정책담당으로 개편하는 등 출산장려와 관련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 중이다.

지난해 10월 가진 ‘경남도 미래 인구맵 설계용역 최종보고회‘에서 조영태 교수팀은 2017년 340만명인 경남 인구가 2100년 65만명으로 급격하게 줄어드는 인구구조 변화, 이동통신 데이터와 통계청 인구이동 자료를 이용한 도민들의 생활권역별 인구이동 유형, 경남도의 주요 정책 추진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등 연구 용역결과 전반을 발표했다.

◇과제·전문가 제언=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스템과 인식의 개선이 급선무로 보인다. 국가와 민간이 협력해 누구나 아이를 낳으면 걱정 없이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행복한 결혼, 안전한 출산, 차별없는 보육을 위한 보다 실효성 있는 추진전략이 수행돼야 한다.

심인선 경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출산율을 목표로 하는 출산장려정책을 개개인의 삶의 질 제공 정책으로 전환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출산을 고려할 때 어떤 점이 염려가 돼 출산을 꺼리는지, 출생이 사회경제적 입장이 아닌 개인의 입장에서 유익한 것이 무엇인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일자리부족, 결혼비용, 임신출산의료비 부담, 자녀양육 부담 등 저출산 원인이 다양한만큼 출산정책의 효과성 분석과 함께 어떤 것을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인지를 정하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고려해야하며, 기초지자체별 인구특성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정책추진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기 마산대 교수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를 대상으로 건강검진, 출산계획 및 상담, 부모되기 교육 등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출산 코디네이터를 이용해 개인의 특성에 적합한 건강한 출산을 준비할 수 있는 프로그램 운영도 필요하고, 지역 거점별 24시간 긴급 육아 돌봄시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임신 기간 중 의료비와 출산 비용과 함께 산후조리원 수당, 영유아 수당, 가족 보조금과 주택 수당 등을 지급해 출산과 양육의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이 필요하며 유치원 전면 무상교육도 실시할 때가 됐고, 여기에 더해 육아휴직 장려와 근로시간 단축 등의 조치도 출생률을 향상시키는 데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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