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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72) 제25화 부흥시대 82

‘맹랑한 아이네’

기사입력 : 2020-02-17 08:02:57

영주는 대담했다. 그의 손을 잡아끌고 숲으로 들어갔다.

‘맹랑한 아이네.’

이재영은 숲에서 영주와 사랑을 나누었다.

비가 오고 있어서 나무에 기댄 채로 한 몸이 되었다. 그러한 일은 처음이었다. 비가 오는 산에서 짐승처럼 뒤엉키다니. 다행히 비는 안개처럼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산에서의 사랑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회장님.”

산을 내려오면서 영주가 더욱 몸을 밀착시켰다.

“응?”

“나 회장님하고 연애할 거예요. 우리 애인해요.”

이재영은 영주가 왜 이러는지 얼핏 납득을 할 수 없었다. 어쩌면 영주는 의지하고 싶은 사람이 필요한지 몰랐다.

“나는 나이가 많은데….”

“상관없어요. 내가 좋으면 그만이죠.”

“영주는 내가 좋아?”

“네.”

“왜?”

“점잖고… 돈 많고… 히히… 내 말을 잘 들어주니까요. 회장님은 제가 싫어요?”

“아니. 그렇지만 나는 바쁜 사람이야. 한 달에 한 번 얼굴 보기도 어렵잖아?”

“내가 한 달에 한 번씩 서울에 올라가면 되잖아요? 나 서울 구경 한 번도 못했어요. 서울 구경 한번 시켜주세요.”

부산 사람들 중에 서울을 못 본 사람도 많다. 기차를 타고 가도 10시간이 걸린다.

“서울은 폭격을 당해 볼 것도 없어.”

“창경원도 폭격당했어요?”

“그건 모르겠는데… 전쟁이 일어난 뒤에 가보지를 않았어.”

“그럼 저랑 같이 가요.”

“그래.”

영주에게 서울 구경을 시켜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용두산에서 내려오자 다른 요정들도 둘러보았다. 지배인과 관리를 맡은 기생어미들이 나와서 인사를 했다.

총책임자는 영주다.

영주는 일일이 장부를 살피고 주방과 기생들 숫자까지 점검했다. 이재영은 곁에서 영주를 지켜보기만 했다. 영주가 요정을 관리하기는 하지만 이철규가 한 달에 한 번씩 살핀다.

부산의 요정들도 모두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재영은 영주의 점검이 계속되자 요정을 둘러보았다. 향원이라는 이름의 요정이었다. 처마 밑에 청사초롱이 걸려 있고 곱게 한복을 입은 기생들이 처마 밑에서 비오는 것을 보면서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요정은 벌써 영업준비를 하고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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