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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코로나바이러스- 서영훈(뉴미디어 부장)

기사입력 : 2020-02-18 20:26:00

중국인들이 유럽 곳곳에서 봉변을 당하고 있다. 독일의 유명 여배우 집에 세들어 살든 중국인 세입자는 임대계약을 해지당했고, 한 여성 여행자는 길거리에서 폭행을 당했다. 어떤 대학은 중국인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고 했고, 대학 인근의 치과 병원은 중국인 유학생을 치료하지 않겠다고 했다. 중국은 물론 전 세계를 긴장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에서 튀어 나온 결과이긴 하지만, 중국인들만이 봉변을 당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인들과 외모가 비슷한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 모두가 혐오의 대상이 된다. 프랑스 파리에 유학 중인 한 한국인 여성은 같은 동네 주민이 자신을 향해 침을 뱉었다고 방송사 인터뷰에서 말했다. 영국의 한 온라인 매체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손흥민이 인터뷰 도중 마른 기침을 하자, 토트넘 선수단 사진에 마스크를 합성해 놓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중동에서 메르스(Mers) 즉 중동호흡기증후군이 출현했을 때에도 중동지역 사람들이 세계 각지에서 배척당하는 일이 빚어졌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이에 따라 3년 뒤인 2015년 새로운 인간 감염성 질환에 지리적 위치나 인종, 동물 등의 이름을 배제키로 했다. 지금 유럽에서 동양인들이 겪고 있는 황당한 일들을 생각하면, WHO의 결정이 늦은 감은 있지만 적절한 조치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발병한 이후 미국이나 유럽의 주요 언론은 대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를 뜻하는 ‘the new coronavirus’나 ‘the novel coronavirus’를, 일본 언론은 新型肺炎(신형폐렴)을 기사에 쓰고 있다. 감염병이 발원했다고 하여 그곳 주민이나 민족이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우한폐렴’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하자, “중국 눈치 보기”라고 비난하는 한국 언론의 편협성이 부끄럽다.

서영훈(뉴미디어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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