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전환기 ‘우리 미술’ 엿보기

경남도립미술관 ‘자화상(自畵像)II - 나를 보다’展

예술의전당 동명 전시에 영남권 작가 작품 추가

기사입력 : 2020-02-20 21:33:32

“우리 미술은 한동안 유럽이니 미국이니 서구로 몰려가 서양화풍을 마구 섭렵했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를 잘 소화해서 우리 자신의 것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지요. 잘못하면… 설사만 해댈 가능성이 많아요.” 19일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서화미술특별전 ‘자화상(自畵像)Ⅱ- 나를 보다’ 작품설명회에서 예술의전당 이동국 수석 큐레이터가 던진 말이다.

이는 나혜석이 1924년 <개벽>에 투고한 글과 맥을 같이한다. 나혜석은 서양화를 맹목적으로 흉내내는 당시 화풍에 대해 준엄하게 꾸짖었다. ‘우리는 이미 서양류의 그림을 흉내 낼 때가 아니요, 향토라든지 국민성을 통한 개성의 표현은 순연한 서양의 풍과 반드시 달라야 할 조선 특수의 표현력을 가지지 아니하면 아니될 것이다.’

지난 100여 년간의 ‘조선 특수의 표현력’을 확인하고, 우리 미술의 횡단면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가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자화상(自畵像)Ⅱ- 나를 보다’. 이는 지난해 예술의전당이 개최한 동명의 전시에 영남권 작가들의 작품을 더해 더욱 풍성하게 꾸민 연계전시다.

채용신 作 고종어진
채용신 作 고종어진
구본웅 作 해방
구본웅 作 해방
정종여 作 참새
정종여 作 참새

때문에 이번 전시에는 조선 말기에서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 분단정국에까지 이어지는 ‘전환기’ 작품들이 선을 보인다. 조선말기 고종에서부터 해방 후 김구 선생까지 고뇌가 묻어난 역사적 인물들의 친필 유묵과, 장승업에서 고희동을 지나 이쾌대의 작품까지, 그림과 글이 한몸이던 서화가 서예와 그림으로 나뉘어 다른 영역을 구축해온 근대 미술의 변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는 100여점이 경남을 찾는다. 여기에 더해 해방 이후 북으로 남으로 오고 간 월북, 월남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한다.

이동국 수석 큐레이터는 “한국미술에서 전통과 현대의 분기점은 서(書)의 자리를 유화가 차지한 데에서 찾아진다. 즉 ‘서(書)는 미술도 예술도 아니다’는 일제가 들이댄 서구식 잣대는 서화를 배제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근현대 예술양상은 서화미술의 지평이 넓어졌고, 조형언어가 다양해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득찬 作 우물가
이득찬 作 우물가
송혜수 作 수련도
송혜수 作 수련도

이번 전시는 도립미술관 1층과 2층 전관을 사용한다. 19세기에 들어서도 여전히 추사체를 조형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 큐비즘 등 서양화법을 적용한 근현대 작가들의 독특한 서화,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인 고희동, 나혜석, 김관호 등이 보여준 과도기적 화풍을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 영남화단을 대표해 문신, 전혁림, 박생광, 허민, 이득찬 등의 작품도 선을 보이는데, 수도권과는 다른 문화적 토양에서 만들어진 지역 화풍이 당시에 선명하게 꽃을 피웠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 면면을 통해 근현대 경남지역 화단의 변화도 우리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자화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는 5월 17일까지.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 김유경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