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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인공지능과 챗봇- 전찬열(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기사입력 : 2020-02-23 20:47:03

인공지능은 인간의 학습능력과 추론능력, 지각능력, 자연언어의 이해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이다. 1996년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딥블루가 인간과의 체스 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후 인공지능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2011년 IBM의 왓슨에 이어 2016년 구글의 알파고가 나와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이제 인공지능은 하나의 대세로 굳어져서 인간과 인공지능이 협업을 통해 공존하는 세상이 되었다.

인공지능이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운데 챗봇(Chatbot)은 인공지능 채팅 로봇으로 주목받고 있다. 챗봇은 메신저에 채팅하듯 질문을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일상 언어로 사람과 대화를 하며 해답을 주는 대화형 메신저를 말한다. 인터넷 쇼핑몰, 금융, 음식 배달, 숙박 예약 등에서 소비자의 질문에 대답해 주거나 기존 소비자의 성향을 바탕으로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 주는 역할로 활용된다. 챗봇을 도입하면 인력을 줄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소비자가 상담원을 기다리지 않고 장소와 시간에 관계 없이 정보를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앱과 달리 설치 과정이 필요하지 않고 스마트폰 저장 용량을 차지하지도 않아 향후 앱들이 챗봇으로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반면 개인정보 유출 등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도 존재한다.

챗봇이 유행하는 것은 밀레니얼 세대가 가지는 공포증 또는 울렁증과도 관련이 있다. 공포증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두려움’이다. 디지털 시대에 공포증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폰포비아(Phone Phobia) 즉 전화 울렁증이다. 말 그대로 수화기 너머 누군가에 목소리를 내어 대화하는 일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곧 젊은 세대의 모바일 메신저 의존도를 심화시킨다. 이제 중장년층까지도 음성통화서비스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둘째, 노모포비아(No Mobile Phobia)이다. 스마트폰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스마트폰 중독이다. 모바일 인터넷의 등장으로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처음에는 친구나 가족, 직장 동료 등과의 메신저 채팅을 통해 대화를 하다가 기업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도 대화한다. 택시 호출이나 쇼핑 배송 등을 채팅을 통해 해결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채팅에 중독되어 폰 포비아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셋째, 테크노 포비아 즉 기술울렁증이다. 앱은 별도의 소프트웨어 설치나 이용 방법의 학습 등을 사용자에게 요구하지만 챗봇은 대부분 기존의 메신저 앱이나 웹을 통해 서비스되어 편리하다. 또한 앱을 다운받아 회원가입을 하면 공짜 상품권을 준다고 유혹을 하지만 앱을 가입하고 상품권을 받은 뒤 바로 삭제하는 체리피커(Cherry Picker)만 양상하였기에 기존 앱을 이용하는 챗봇으로 변화하고 있다.

챗봇은 다양한 분야에서 고객 지원이나 정보 습득과 같은 영역에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뱅크 오브 아메리카, 스타벅스와 디즈니 같은 기업은 주문 및 고객 응대에 챗봇을 이용하고 있다. 또한 페이스북, 카카오, 텔레그램 등의 메신저에서 시작하여 롯데백화점 ‘로사’, 현대카드 ‘버디’, 신한은행 ‘쏠메이트’, 대한통운의 ‘CJ대한통운 챗봇’ 등이 있다. 공공기관 및 지자체에서도 ‘지방세 상담봇’, ‘법률 상담봇’, ‘주차민원 해결봇’ 등이 시행 중이다.

챗봇은 가상의 공간에 위치한 컴퓨터와 이를 관리하는 서버를 통해 현실에서의 대리인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챗봇 제작도구를 ‘챗봇 빌더’라고 부르는데 기업용 솔루션 외에 개인용 솔루션이 나와 있으므로 이를 이용해 인공지능 비서를 둘 수 있다. 소소한 일상에서 이용 가능하며 누구나 접근 가능한 가벼운 챗봇이 다가오고 있다.

전찬열(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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