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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신종플루로 경남 5만여명 감염

[국내 유입 신종 감염병 어떤 게 있나] 2009~2010년 신종플루 대유행으로 경남 5만여명 확진

경남 신종 감염병 인적 피해

기사입력 : 2020-02-25 20:59:43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신종 감염병이 5~6년을 주기로 국내로 유입되면서, 경남 역시 큰 혼란을 겪었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감염병들, 과거와 현재를 돌아본다.

25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의료원 선별진료소 앞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25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의료원 선별진료소 앞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얼마나 발생?=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에서 매년 발간하는 ‘감염병 감시연보’와 당시 질본 및 경남도에서 발표한 보도자료 등을 토대로 이들 신종 감염병 현황을 살펴본 결과, 국내에서 판데믹(대유행)이 일었던 신종플루로 인한 경남 피해가 가장 컸다.

△사스= 지난 2002년 11월 중국 광동성에서 첫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환자가 발생하고 이듬해 4월 29일 우리나라에서도 첫 사스 추정환자가 발생했다. 이후 7월 5일 국립보건원(2003년 폐지 후 질본으로 확대개편)에서 ‘사스 방역상황 종료’를 선언하기 전까지 국내에서 3명의 추정환자와 17명의 의심환자가 확인됐다. 사망자는 없었다.

이때 정부는 국내 지역별 사스 현황을 따로 발표하지 않았다.

△신종플루= 2009년 초 멕시코에서 처음 발생한 신종플루(신종인플루엔자A·H1N1)는 100여 개 국가로 퍼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해 4월 27일 멕시코 봉사활동을 한 뒤 입국한 51세 여성(수녀)이 다음 달 1일 국내 첫 확진자로 판명됐다. 이후 국내에선 이듬해 8월 23일 마지막 환자가 신고되기까지 전국의 약 76만명의 환자, 270명의 사망자(역학조사 과정에서 추가 7명 포함)가 발생하고서야 대유행이 멈췄다.

당시 국내 첫 신종플루 사망환자는 같은 해 8월 15일 경남에서 발생했다. 거제에 사는 56세 남성이었다. 경남에서는 2009년 6월 5일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대유행이 멈춘 이듬해까지 총 5만2718명의 도민이 신종플루 환자로 신고됐고 24명이 사망했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 발생 당시 창원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등교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 발생 당시 창원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등교하고 있다.

△메르스= 2012년 4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메르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는 3년 뒤인 2015년 5월 20일 국내에서 처음 확진자가 발생했다. 앞서 같은 달 7일 중동의 바레인에서 카타르를 경유해 입국한 68세 남성이었다. 소수의 감염자가 수십명에게 메르스를 전파했던 이 해 전국 185명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고 38명이 사망했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메르스 환자가 전 세계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한 국가라는 오명을 썼다.

경남에서도 6월 10일 창원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고 이후 경남도가 7월 23일 ‘경남지역 메르스 종식’을 선언하기까지 도내 의심자는 80명, 관리·모니터링 대상자는 1111명에 이르렀다. 추후 작성된 질본의 감염병 감시연보에는 사천과 통영에서도 각각 1명씩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1명이 사망했다.

△코로나19= 코로나-19(COVID-19)는 지난해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돼 25일 오전 9시 기준 전 세계 33개 국가에서 총 8만96명이 감염되고 2694명이 사망했다. 같은 기준으로 국내에서는 893명이 확진자로 판명되고 8명이 사망했다. 첫 국내 확진자가 1월 20일 발생했으며, 경남에서는 2월 20~21일 4명이 첫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25일 오전 10시 기준 경남 23명 확진, 사망자는 한 명도 없는 상황이다.


◇감염 경로는?= 사스부터 코로나19까지 여러 신종 감염병의 기원은 국외였다. 그렇지만 국내에서 발병 이후 경남으로 유입되기까지는 다양한 경로를 거쳤다.

△신종플루= 국내 첫 신종플루 사망환자인 거제 56세 남성은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증상이 나타났다. 2009년 8월 1일부터 5일까지 직장 동료 등 68명과 태국 여행을 다녀온 이 남성은 8일부터 발열 증세가 나타나 이날 보건소를 방문했다. 하지만 당시 보건소는 질본에서 정한 발열 기준에 0.1도 미달한다는 이유로, 질본에 정밀검사를 의뢰하지 않았다. 다음 날 거제대우종합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이 남성은 10일 부산대학병원으로 이송, 대학병원 자체 검사에서 신종플루 양성이 확인됐다. 이후 이 남성은 신종플루로 인한 폐렴, 패혈증으로 8월 15일 사망했으며, 확진 판정은 사망 하루 전날인 8월 14일 내려졌다.

△메르스= 메르스의 첫 경남 유입은 서울 소재 병원 내 감염에서 시작했다. 2015년 6월 10일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에 살던 77세 여성이 경남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시 메르스 청정지대로 불렸던 경남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 여성은 앞서 5월 27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았고, 그로부터 10여 일이 지난 뒤 확진자로 판명됐다. 이 여성은 삼성서울병원에 방문했던 국내 14번 확진자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아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14번 확진자는 삼성서울병원 등에서 무려 83명을 감염시켜 질본에서 꼽은 슈퍼전파자 중 한 명이다. 당시 삼성서울병원은 병원 내 메르스 유행이 일었던 서울 소재 병원 중 한 곳이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15년 메르스 백서’에서 전문가들은 “2015년 메르스 유행은 병원 내 감염으로 인한 확산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질본에서 낸 ‘2015년 감염병 역학조사 연보’에서도 “접촉 배경이 확인된 182명의 MERS-CoV 감염 확진자 중에서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의료시설 내에서 또는 구급차에서 감염되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경남 코로나19 유입의 특징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이라는 종교단체다. 25일 오전 10시 기준 경남도 발표에 따르면, 도내 코로나19 확진자 23명 중 절반 이상인 15명이 신천지와 관련해 감염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남 1·2·3·4·10·13·14·16·17·18·19·20번 확진자 등 12명은 신천지 대구교회를 갔다왔으며, 경남 8번 확진자는 신천지 교인인 국내 31번 확진자가 다녀간 대구 퀸벨호텔 8층 뷔페에서 식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남 21번 확진자는 20번의 남편이며, 23번 확진자는 신천지 대구교회를 방문한 처제와 접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는 전국의 신천지 교회 임시 폐쇄와 신도 명단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신천지 측의 비협조로 신도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자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24일 기자회견에서 “신도 명단을 강제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압수수색을 포함한 강제 입수 방안을 검토 중이며 정부·경찰과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병원 폐쇄부터… 수많은 이들이 격리돼= 신종 감염병이 발발하면 확진자는 물론 이들과 접촉했던 이들도 추가 전파를 막기 위해 격리 조치가 취해지기 마련이다. 메르스 당시 경남도 발표에 따르면 도내 자택격리 521명, 병원격리 97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경남도내 자가격리자는 25일 오전까지 590명에 달하고, 확진자 23명은 모두 병원에 입원 격리돼 있다.

특히 병원에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다녀갔을 경우 병원 자체가 폐쇄, 병원 내 있던 사람들이 집단 격리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메르스 당시 폐쇄돼 입원환자 36명, 의료진 56명 등 총 85명이 14일간 병원에 코호트 격리된 창원SK병원(구 세광병원)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창원SK병원은 경남 첫 메르스 확진자 77세 여성이 2015년 6월 5일부터 10일까지 6일 동안 입원하던 중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선제적으로 자체 폐쇄했다. 그 결과, 창원SK병원 내 추가 메르스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의료진과 환자의 희생에 경남도민들은 구호물품을 보내는 등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경남 첫 확진자가 입원했던 창원SK병원이 임시 폐쇄돼 의료진과 환자가 집단 격리됐다./경남신문DB/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경남 첫 확진자가 입원했던 창원SK병원이 임시 폐쇄돼 의료진과 환자가 집단 격리됐다./경남신문DB/

간호사(경남 5번)와 의사(경남 12번) 등 의료진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된 한마음창원병원도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폐쇄됐다. 당시 일부가 퇴원하거나 직원들이 출퇴근을 하긴 했지만 병원에는 200명이 넘는 환자, 보호자 40여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매번 신종 감염병 전파에 따른 격리조치, 대규모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도내 주요행사 취소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외부활동은 위축됐고, 그 여파는 지역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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