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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전화 폭주에 화장실도 못 간다

[르포] 방역 최전선 창원보건소는 지금

민원인 고성 난무·상담전화 폭주에 화장실도 제때 못 가

기사입력 : 2020-02-25 20:59:46

“내가 코로나 검사받고 싶다는데 왜 안시켜 주노. XX들아.”

25일 오전 11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전쟁의 최전선인 창원보건소 1층. 한 민원인이 욕설이 섞인 고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검사를 하러왔는데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안 해준다는 것이다. 보건소 직원이 몇 분간 해당 민원인을 붙잡고 선별진료 기준을 설명하고 설득한 끝에야 소동이 끝났다. 보건소 직원은 “최근 창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르면서 이런 민원이 비일비재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보건소 3층 사무실에서는 10여명의 직원들이 전화기를 붙들고 있었다. 전화기를 내려놓자마자 또다시 울리는 전화로 자리를 비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한 직원은 “이어지는 민원 전화 때문에 화장실도 뛰어갔다 와야 할 정도”라며 “그중에 다짜고짜 짜증부터 내는 전화도 있는데 조금이라도 배려를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하루종일 전화통만 붙잡고 있는 것 같다. 퇴근 무렵이 되면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며 “그래도 해야할 일이기 때문에 묵묵히 이겨내고 있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보건소 직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사무실을 오가면서도 수시로 손소독제를 사용했다.

한 직원은 “코로나19로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한다”며 “감염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시간에는 시민들을 우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상근무로 인해 직원들의 퇴근시간도 많이 늦춰졌다. 최근에는 오전 7시에 출근해 밤 10~12시까지 기본적인 업무는 물론 밀려드는 민원전화 응대에 여념이 없다.

이날 선별진료소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선별진료소 담당자는 이날 하루만 해도 검체 채취가 23건이 넘었다고 설명했다. 창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로는 배로 늘어나 검체 채취도 조금씩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선별진료소에는 직원을 7명씩 2개조로 편성해, 주간(오전 9시~오후 9시)과 야간(오후 9시~오전 9시)에 12시간씩 2교대로 근무를 해오고 있다.

25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신월동 창원보건소 선별진료소 앞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25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신월동 창원보건소 선별진료소 앞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창원보건소 입구에는 일반적인 업무를 중단하고 25일부터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운영 시스템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날부터 창원보건소가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운영 시스템으로 전환되면서 보건소 전 직원은 관련된 업무를 분담하게 된다. 이에 선별진료소 진료 및 역학조사, 검사 등 업무에 집중하면서 일반진료, 예방접종, 건강진단서 발급, 건강증진사업 등의 업무는 잠정 중단했다.

박무진 창원보건소 보건정책과장은 “최근 창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민원성 전화가 빗발치고 있는데, 확진자들 또한 피해자라는 생각으로 배려해줬으면 한다. 보건소 직원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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