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CEO 초대석] 유재하 진주 광제산영농조합법인 대표

“생산·가공·체험·교육하는 6차산업체 발돋움”

2011년 주민 참여 마을기업 설립

기사입력 : 2020-02-26 08:08:05

국내 농업의 위기는 나날이 가속화되고 있다. 기후변화, 생산성 향상, 저가경쟁, 수입 개방 등 다양한 이유가 농민을 한숨쉬게 한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무너져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 농업은 제자리걸음에 머무르기 일쑤고 생태계 및 전통문화 보존, 지역사회 공동체 형성 등 다원적 기능의 가치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다. 유재하(58) 진주 광제산영농조합법인 대표 역시 이같은 고민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큰 욕심 없이,마을이 없어지지 않고 모든 주민이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며, 미래세대에게 나라의 근간이 되는 농촌의 환경을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주 명석면에 위치한 가뫼골농촌체험휴양마을에서 유재하 광제산영농조합법인 대표가 마을에서 생산하는 제품들을 들어보이고 있다.
진주 명석면에 위치한 가뫼골농촌체험휴양마을에서 유재하 광제산영농조합법인 대표가 마을에서 생산하는 제품들을 들어보이고 있다.

광제산영농조합법인은 2011년 설립돼 진주시 명석면에서 가뫼골농촌체험휴양마을을 운영하면서 농산물 및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마을기업이다. 마을 자원을 갖고 수익을 내어 다시 지역문제 해결, 일자리 창출 등을 실현한다. 마을에서는 쌀 등 곡류를 비롯해 감자, 고구마 등을 주로 재배해 왔고 딸기, 단감, 매실 등 과수원 조성도 상당수 이뤄져 있다. 이 밖에 새송이버섯, 느타리버섯 등 재배도 증가하고 있다.

유 대표는 농업을 1차적인 식량 생산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고 가공과 농촌 체험을 제공하는 지금의 6차산업체가 됐다. 특이점은 농업 관련 교육을 주재한다는 점이다. 유 대표는 현재 ㈔한국농업현장교수연합회 중앙회장으로 농식품부와 농수산대학의 현장실습교수로 활동하며, 농업인, 귀농귀촌인, 농고 및 농대 등에서 선진영농기술 습득을 위한 실습형 교육을 이끌고 있다.

유 대표에게 명석면은 따뜻한 어머니의 품과 같았고, 때문에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1980년대 공업쪽에 6~7년간 종사했던 그는 자신의 성향이 당시의 일과 맞지 않다는 것을 느꼈고, 그 길로 고향행을 택해 1980년대 후반부터 부모님을 따라 과수 등 농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기업체에서의 경험은 ‘배워야 살아남는다’는 생각으로 그를 이끌었다. “미생물을 혼합한 한방 사포닌 액비를 생산하고, 번거롭더라도 때마다의 농작업을 통해 농약이 필요없는 친환경농법을 적용하기 시작했죠.”

그는 결과물을 들고 공판장으로 향했지만 낭패였다. 친환경으로 키운 건강한 농산물이라는 제품의 장점은 가격 결정에 있어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저 저가를 부르는 제품이 그곳의 승자였다. 유통업체도 마찬가지였다. 1998~1999년 대형 유통업체로 납품하던 당시에도 입점업체 선정에는 저렴한 가격이 우선 요건이었고 이후 거래는 끊겼다. “제품의 가치를 알아봐주지 않는 곳에서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소비자 직거래를 시작했죠.”

이후 당시 정부에서 지원하는 홈페이지 제작에 임했다. 독수리 타법으로 시작해 하나씩 자신만의 사이트를 만들었다. 소비자들은 그의 제품의 가치를 알아봤고 농가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그는 한때는 하루 택배 600개 이상을 처리하는 등 감당이 안될 정도였다고 회상한다. 현재 홈페이지와 몰앤몰, 전화 주문 등으로 이곳의 농산물을 사들이는 고객은 2만5000여명에 달한다.

농업을 영위하기 위해서 그는 ‘농사는 아무나 지을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함께 하는 농업을 지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만하지 않고 재배, 유통, 가공 등에 있어 각각의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또 필요하지만 개인이 하기엔 부담스러운 방제시설 등 확충을 위해서는 영농조합법인처럼 여럿이 함께 모여 국가 지원사업에 신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농업 발전을 위해서는 농민의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유년기부터 농사의 가치를 알려주는 교육이 정부 주도로 이뤄져야 합니다. 먹거리가 어떻게 생겨나는지 등 직접 체험을 통해서만 가치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재하 대표: △1962년 진주 출생 △2017년 진주과기대 대학원 농식품전공 수료 △신지식농업인장 제199호 △대한민국 WPL 선도농가교수협의회 중앙회장 △2006년 제22회 경남자랑스런농업인대상 △2007년 세계농업기술상 우수상 △2013년 전국6차산업경진대회 금상 △2017년 정부산업포장 수훈

글·사진= 김현미 기자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현미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