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호주 (10)

애들레이드로 가는 길은 ‘핑크빛’

기사입력 : 2020-02-27 08:05:12
핑크빛 하늘에 나타난 무지개.
핑크빛 하늘에 나타난 무지개.

울루루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려면 하루를 바짝 이동해도 도착하기가 힘들다. 장장 8시간을 거쳐 울루루와 애들레이드 사이의 쿠퍼패디에서 하루를 보냈다. 감히 호주의 더위를 이 한 에피소드로 말해보려고 한다.

쿠퍼패디에 도착했을 때 너무 덥고 힘들어 빨리 텐트를 치고 내일의 이동을 위해 일찍 자려고 했는데, 텐트의 막대가 녹아서 연결부분이 안 끼워졌다. 텐트 막대가 녹을 정도의 더위에 내가 생활하고 있다는 것도 웃기고 황당했지만 당장 오늘 텐트 없이 이 더위에서 잘 생각을 하니 더 막막했다. 당연히 그곳에서 텐트를 살 수 있을 리 없었고 우리는 앉아서 진지하게 온갖 방법을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우리의 결론은 다른 부위와 연결해보자였다. 최대한 분해할 수 있을 만큼 분해하고 연결해야 하는 부분에 멀쩡한 부분이 들어갈 수 있게 하고 나머지 부분은 우리가 억지로 묶었다. 모 아니면 도였지만 다행히 잘 붙어서 앞으로의 여정도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애들레이드로 가는 길에 핑크호수를 봤다. 로트네스트 아일랜드에서 본 핑크호수보다는 훨씬 더 진한 딸기우유 같았다. 그래도 페이스북에서 본 핑크호수보다는 연했다. 페이스북에서 처음 사진을 봤을 땐 너무 신기하고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여태 본 핑크호수들은 그 정도가 아니었다. 사진 보정의 힘인가 싶기도 하고 날씨가 덜 맑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이유를 잘 모르겠다. 어쩌면 너무 기대를 많이 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애들레이드로 가는 길에 만난 핑크호수.
애들레이드로 가는 길에 만난 핑크호수.

호주에서는 내가 살면서 한국에서 본 무지개보다 더 많이 무지개를 봤다. 노을 지는 핑크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 처음에는 무지개가 맞나 싶었지만 점점 색이 선명해지는 무지개를 보니 무지개가 맞았다. 분홍빛 노을에 무지개라니 오늘은 정말 자연에서 큰 선물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하늘조차 볼 여유가 없었는데 이렇게 노을을 감상하고 자연을 즐길 시간이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 어렸을 때 엄마와 함께 연지공원에서 본 무지개가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무지개인데, 호주에서 로드트립을 하는 내내 일주일에 한 번은 아니 어쩌면 사흘에 한 번은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미세먼지에서 벗어나 공기가 좋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자주 무지개를 볼 수 있다니 정말 호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가 첫날 애들레이드를 검색해 잡았던 숙소가 사실은 애들레이드가 아니라 근처 포트애들레이드였다. 나는 숙소를 예약할 때 부킹닷컴 앱을 자주 이용하는데, 부킹닷컴에서 그 지역 숙소가 예약이 다 차고 나면 주변지역으로 해서 가까운 지역의 숙소가 뜬다. 그러나 자세히 보지 않으면 맨 위에 뜨는 게 그 지역 숙소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취소가능 상품이면 늦게 알아챘을 때 취소하면 되지만, 잘못했다가는 숙박비보다 교통비가 더 들 수도 있다.

애들레이드 안에는 차이나타운도 있었다. 코리아타운은 아니지만 외국에서는 왠지 모르게 아시아권의 무언가를 보면 괜히 반갑다. 사실 중국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오히려 외국에서 차이나타운을 더 많이 가본 것 같다.(하하) 걷다 보니 coco(대만 밀크티 브랜드)와 공차가 있었다. 첫 해외여행지가 대만이었는데 그때 먹은 coco밀크티가 계속 생각나 꼭 다시 대만을 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호주에서 보니 너무 반가웠다. 6달러밖에 안 하지만 역시나 양이 많았다. 먹고 나니 배가 불러서 밥도 못 먹을 정도였다.


애들레이드 보타닉가든의 신전 같은 실내정원.
애들레이드 보타닉가든의 신전 같은 실내정원(위)과 청량한 숲길.
애들레이드 보타닉가든의 청량한 숲길.

애들레이드의 보타닉가든은 굉장히 넓고 유명하다고 한다. 숙소에서 꽤 거리가 있었지만 버스를 타기에는 교통비가 아까워 걸어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황금돼지 동상이 있어 사진을 찍으려다 카메라에 배터리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미 반 정도 걸었기 때문에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 배터리를 챙겨 올까 그냥 사진을 포기하고 구경만 갈까 고민하다 그래도 보타닉가든이면 꽃도 많고 예쁠 텐데 덥고 힘들지만 배터리를 가지러 가기로 했다. 내가 왜 잊었을까 후회될 정도로 더웠지만 보타닉가든에 가자마자 배터리를 가지러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꽃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매년 봄에 엄청 고생을 하기도 하고 꽃의 가격이 내 기준에서 저렴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서 꽃 선물보다는 좀 더 실용적이고 필요한 것을 받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러나 보타닉가든에서 꽃을 보고 나서는 생각이 좀 바뀌었다. 예쁜 꽃들을 보니까 너무 기분이 좋아졌다. 꽤 먼 거리를 걸어가느라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괜히 왔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푸른 나무와 꽃들을 보니까 정말 힐링이라는 단어가 몸속에 가득 들어찼다.

헨리 비치의 아름다운 노을.
헨리 비치의 아름다운 노을.

또 숙소 직원이 조금 먼 거리에 글레넬그 비치와 헨리 비치가 아름답다고 알려줘서 노을을 보러 비치로 가보기로 했다. 한동안 바다를 못 봤더니 또 바다가 그리워 주저 없이 갔다. 참 신기하게 그렇게 더웠는데 해가 지기 시작하는 바닷가는 꽤 쌀쌀했다. 당연히 겉옷을 챙기지 않았는데, 앉아서 노을을 보다가 너무 추워서 감기에 걸릴까봐 얼른 숙소로 돌아왔다.

호주는 자연의 매력에 푹 빠져들 수 있는 아주 아름다운 나라인 것 같다. 호주 하면 오페라하우스밖에 안 떠올라서 딱히 볼 게 없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고 출발했지만 여행을 하면 할 수록 호주의 매력에 빠져 호주 일주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메인이미지

△ 우주현

△ 1995년 김해 출생

△ 동원과기대 유아교육과 재학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