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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짜뉴스의 고고학- 로마시대에도 ‘가짜뉴스’ 있었다

‘허위정보’ 역사·대처 방법 등 담아

기사입력 : 2020-03-06 09:20:47

조국 사태든 코로나 바이러스든, 관심을 끄는 이슈가 등장하면 엄청나게 많은 기사가 쏟아진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여론을 호도하는 가짜뉴스도 활개를 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가짜뉴스 현상’이 인터넷 발달로 최근 일어난 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먼 옛날부터 시작됐다. 이 책은 로마 시대부터 소셜미디어 시대까지 허위정보가 어떻게 여론을 흔들었는지를 다루고 있다. 가짜뉴스의 가장 방대한 기록서라 할 수 있다.

가짜뉴스는 예전에 활개를 치기 더 쉬웠다. 지금은 뉴스의 사실 여부를 실시간으로 검색해 확인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이조차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책에 따르면 로마 시대 옥타비아누스는 경쟁자인 안토니우스에게 나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가짜뉴스를 퍼뜨려 로마 최초의 황제가 됐다.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이나 에드거 앨런 포 같은 우리가 존경하는 인물도 작정하고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미국 독립전쟁에서 여론을 몰아가기 위해, 에드거 앨런 포는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날조한 기사를 작성했다. 역사적으로 가짜뉴스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했을 때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인쇄술이 발명됐을 때, 라디오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새로운 형식의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렸다.

현재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지적되는 것과 유사하다. 이처럼 가짜뉴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전파되는 가짜뉴스에 충격을 받고 호들갑을 떨지만, 가짜뉴스는 정보생태계의 구성원으로서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

그나마 뉴스에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팩트 체킹은 약 100년 전인 1923년부터 이뤄졌다. 타임(TIME) 매거진 창립자의 비서였던 낸시 포드가 뉴욕시 공공도서관에서 기사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 팩트 체킹을 한 것이 그 시작이다. 그때도 수많은 가짜뉴스가 쏟아져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는 말이다.

이 책에서는 ‘허위정보(disinformation)’와 ‘가짜뉴스(fake news)’를 구별한다. 가짜뉴스는 뉴스의 형태를 띠고 정치적·경제적으로 수용자를 기만하는 정보이며, 허위정보는 악소문, 프로파간다, 가짜뉴스, 오도성 정보(misinformation)를 포함하는 더 넓은 범위의 개념이다.

이 책은 뉴스의 형태를 띤 가짜뉴스뿐 아니라 소문, 프로파간다 등 다양한 형태의 허위정보가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추적하고 있다. 가짜뉴스의 역사를 발굴하고 그 사이에서 인류의 생활과 문화, 행동 양식을 탐구하며, 나아가 대응책을 고민한다.

책에선 또 가짜뉴스 규제가 권위주의 정부의 권력 유지 수단이 될 가능성도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가짜뉴스라는 이유로 정보 유통을 규제하다 보면, 공익을 위한 의혹 제기 같은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보도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선동을 하기 위해 허위정보를 뿌리는 것과 공익을 위한 보도를 하는 중에 다소간의 확인되지 않는 정보가 들어가는 것은 의도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하지만 결과물을 놓고 이들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미국이나 우리나라 판례를 보면, 공익을 위해 보도를 하는 중 섞여 들어간 허위정보는 책임을 묻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가짜뉴스를 적극적으로 규제할 때 생기는 이득보다, 그러한 보도를 위축시켰을 때 생길 부작용이 더 크다고 본 것이다. 이 책에서는 단지 허위정보가 포함된 보도라는 이유만으로 뉴스를 통제하긴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와 판례를 제시하고 있다.

최은창 지음, 동아시아, 505쪽, 2만2000원

이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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