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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94) 제25화 부흥시대 104

“밤에 춥지 않았어?”

기사입력 : 2020-03-18 08:07:52

창밖에서 언 하늘이 쩡쩡대고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한파가 본격적으로 몰아칠 모양이다.

‘미월이 질투도 하지 않는군.’

이재영은 속으로 탄복했다.

아침이 되자 날씨가 몹시 추웠다.

이재영은 아침을 먹고 사무실로 출근했다. 거리가 꽁꽁 얼어붙어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날씨기 몹시 춥네.”

사무실에 들어서자 김연자에게 말했다.

“네.”

김연자가 신문을 탁자에 올려놓았다. 서울에서 발행되는 신문이 모두 망라되어 있었다. 이재영은 사무실에 출근하면 신문부터 보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었다.

“밤에 춥지 않았어?”

“새벽에 일어나서 군불을 지폈어요. 얼어 죽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김연자도 옷을 두껍게 입고 있었다. 서울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무를 때고 있었다. 석탄을 때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사무실은 스팀이 들어오고 있어서 따뜻했다.

“그래?”

“전방에는 폭설이 내렸대요. 60cm가 넘게 온 곳도 있대요.”

“그렇게나 많이?”

“전방은 며칠 전부터 계속 눈이 왔어요. 눈 속에서 얼어 죽은 군인들도 있대요.”

이재영은 소파에 앉아서 신문을 보았다.

신문도 폭설과 한파에 대해 보도하고 있었다. 전방은 산이 깊고 눈이 많이 내리기 때문에 병사들 중에도 해마다 동사자가 속출했다. 거리를 떠돌고 있는 고아와 걸인들도 수십 명씩 얼어 죽었다.

김연자가 직접 커피를 끓여 가지고 왔다.

점심 때가 되었을 때 미월과 영주가 백화점 구경을 왔다. 이재영은 그들과 함께 명동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류관영이 대구에서 올라온 것은 오후 늦은 시간이었다. 날씨가 더욱 추워지고 있었다.

“아니 연락도 없이 갑자기 무슨 일인가?”

이재영이 류관영의 손을 잡고 물었다. 류관영을 보자 죽은 아내 류순영이 떠올라 가슴이 저렸다.

“형님과 상의할 일이 있어서 들렸습니다. 별 일 없으시지요?”

“나야 별 일 없지. 처남댁과 애들도 무탈하고?”

“예. 무탈합니다.”

“앉게.”

이재영은 류관영과 소파에 마주보고 앉았다. 비서실에서 차를 들여왔다. 날씨 탓인지 따끈따끈한 쌍화차였다.

“매형, 서울이 더욱 추운 것 같습니다.”

류관영은 본론을 이야기하지 않고 뜸을 들이고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