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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마스크 이데올로기- 정오복(선임기자)

기사입력 : 2020-03-18 20:20:18

열흘 전만 해도 마스크 수급 불균형에 분노하는 민심에 편승한 야당 공세가 거셌다.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마스크 착용을 강조하면서도 원활한 공급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혼란과 실망을 안겼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마스크 생산량은 하루 1100만 장 정도여서 경제활동인구 2800만 명에게 보급하려면 1주일에 2장꼴밖에 안 된다. 애초 이런 현실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했다면 혼동은 줄었을지 모른다.

▼보수 진영과 대부분 국내 언론은 대만의 공적 마스크 배급을 칭찬하며, 우리 정부를 비난했다. 그러다 대만보다 구매 지정일이 더 세분화된 마스크 5부제를 도입했지만, 비판은 여전하다. 마스크 5부제가 오히려 구매를 더 어렵게 한다며 정반대 주장을 하고 있다. 급기야 공적 마스크에 ‘문재인표 사회주의’라는 색깔론까지 입혔다. 그러나 국민 72%가 마스크 5부제를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공허하게 됐다.

▼마스크 공급이 딸리자 개성공단에서 마스크를 생산하자는 국민청원이 제기됐다. 필터를 끼워 쓸 수 있는 면마스크를 하루 1000만 장 만들 수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결국 실현은 안 됐는데, 이와 관련 의미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주목을 끈다. 마스크 생산을 위한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반대가 49.9%로, 찬성 43.4%보다 높았다. 특히 지역별 결과에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87%가 발생한 대구·경북이 오히려 55.1%로 가장 많이 반대했다는 점은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우리 생각과는 달리 인간의 이성적 판단은 여러 측면에서 불완전하다고 한다. 인간은 이성적 판단보다는 직관에 의존하는 존재라는 냉정한 분석이다. 요즘 언론의 행태를 보면, 십분 이해된다. 재난상황에서는 언론사들이 최대한 과잉 보도를 자제하고, 일관된 보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침이 있다. 하지만 지침 따위는 아랑곳없이 공포를 자극하고 증폭시킨다. ‘사회적 존재가 사회적 의식을 결정한다’는 명제를 적용할 수 있을지 난감하다.

정오복(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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